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랍신
월드컵 통산 6회 우승 세계적 강호… 5월 부상이후 처음 뛴 대회서 13위
“체력 회복되면 평창 최소 동메달”
“저는 스포츠맨…바이애슬론 선수입니다. 보여요?(웃음)”
러시아 출신 바이애슬론 귀화 선수 티모페이 랍신(29)은 더듬더듬 한국어로 자기를 소개했다. 올해 2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틈틈이 한국어를 배워온 그였다. 하지만 아직 어눌한 발음이 못내 부끄러웠는지 몇 마디를 떼자마자 수줍게 웃었다. 그리운 한국 음식을 꼽아보라 했을 땐 “불고기 삼겹살 보쌈을 좋아한다”고 말한 뒤 “특히 매운 음식이 당긴다”고 덧붙였다.
4일 올 시즌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에서 산뜻하게 발걸음을 뗀 랍신이 스웨덴 외스테르순드에서 영상 통화로 건넨 인사말이다. 그는 전날 이곳에서 열린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2017∼2018 월드컵 남자 스프린트(10km)에서 23분17초5로 13위(108명 중)를 했다. 이는 역대 한국 남자 선수가 낸 최고 성적. 5월 무릎 부상 이후 재활에 집중해 온 그가 제대로 경기를 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랍신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고 오히려 아쉬운 소감을 전한 뒤 “내 나라에서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정점을 찍어 그날을 랍신의 날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랍신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최초로 메달을 안겨 줄 유력 주자로 손꼽힌다. 그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의 실력자였지만 당시 현지 파벌 문제 등의 이유로 한국 귀화를 선택했다.
랍신은 “(파벌 문제로) 화가 났었지만 지금은 더 좋은 팀(한국)에서 좋은 동료, 지도자와 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서유럽) 추위는 시베리아보다 덜하다”고 익살을 떤 뒤 “대개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반까지 사격-식사-스트레칭-스키 연습-식사-마사지 등의 연속이다”고 일상을 설명했다.
남은 기간 본인이 생각하는 시급한 보완점으로는 체력을 꼽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랍신은 경기 후반으로 접어들자 km당 10초씩 선두 선수의 기록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랍신은 자신의 몸 상태를 ‘95%’라고 평가한 뒤 “부상 이후 약해진 다리 근육을 보강해 경기 막판에 기록이 밀리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랍신을 비롯한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팀은 17일(현지 시간)까지 오스트리아(2차)와 프랑스(3차)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치르며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한 막바지 담금질에 전념할 예정이다. 박철성 바이애슬론 감독을 비롯해 국가대표팀 코치진들의 바람은 이 기간에 랍신이 부상 없이 최상의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박 감독은 “의지력이 강한 선수다. 이번 대회도 부상이 걱정돼 출전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나서서 뛰겠다고 해 내보낸 것”이라며 “계획대로 랍신의 경기력이 올라오면 평창에서 최소 동메달 이상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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