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가는 한국프로야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응원 문화 중 하나다. 선수 개개인에게 붙여진 수백 개의 멜로디는 더 이상 단순히 흥을 돋우는 식의 노래 역할만을 하지는 않는다. 듣는 순간 그 선수의 플레이와 성향까지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야구 컨텐츠로 자리한 지 오래다.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는 속칭 ‘전설’급 응원가를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떼창’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은 가히 장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이 전설의 응원가는 최소 4년간 모습을 감춘다.
강민호는 11월 30일 열린 삼성 입단식에서 “내 응원가는 삼성에서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게 롯데 팬들에 대한 예의다”라며 못을 박았다. 순식간에 삼성 응원단은 거대한 겨울방학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 것이다.
김상헌 삼성 응원단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그는 6일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우리만의 응원가를 만드는 게 우리 일 아니겠나. 백방으로 알아보며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민호 선수가 오히려 방향을 명확하게 정해줘서 고맙다. 롯데 팬들을 위한 당연한 예의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이 마주한 숙제는 생각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야구 응원가는 수 년 전부터 저작권 문제로 인해 여러 제작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김 단장은 구단과 대행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응원가 제작에 몰두하는 중이다. 그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양질의 응원가를 만들기 위해 작곡 공부까지 하고 있다. 강민호 선수의 응원가는 여러 곡을 선별한 뒤 구단과의 최종협의를 통해 제작하겠다.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