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6일까지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 4위다. 승리(6승)보다 패배(7패)가 많다. 한때 꼴찌까지 떨어졌었다.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임에 틀림없다. 2일 삼성화재전은 5세트 14-9에서 역전을 당했다. 이런 경기를 내주면 팀이 받는 내상은 상상 이상이다. 돌이켜보면 개막전부터 대한항공이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 “이륙을 못한다”는 박 감독의 말은 탄력 받을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는 답답함의 표현이다.
그러나 가장 깊은 밤부터 새벽은 찾아오는 법이다. 역설적으로 온갖 악재에 뒤덮인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은 ‘버티고’ 있다. 이 전력으로 1위 삼성화재를 거의 이길 뻔했다. 저력 자체는 입증한 셈이다. 승점 레이스에서도 2위 현대캐피탈까지는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
관건은 대한항공 안에서 어떻게 끝까지 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드느냐다. 이에 관해 박 감독이 내리는 처방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다. 어찌할 바 몰라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삼성화재전에서 있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한 뒤 박 감독은 “잠을 못 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격려를 해줬다. “고개 숙이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비록 또 문턱에서 넘어졌어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는 관대한 시선이다.
예상보다 레프트 김학민과 세터 한선수의 전력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한선수는 외국인라이트 가스파리니와 토스 스피드와 높이를 재설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김학민은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부상 재활 이후 경기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다. 2016~2017시즌 공격 종합 1위 레프트가 돌아오는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박 감독은 최근 김학민에게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조언을 했다. 무책임하다는 질책이 아니라 그만큼 팀 반등을 위해 필수적 자원임을 알아달라는 의미였다.
누구보다 김학민이 절실할 박 감독에게 한 가지 기용 원칙이 있다. “좋은 흐름에서 김학민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좋은 기분으로 선수가 코트를 나올 때, 다음 경기에 한 뼘 더 전진할 수 있다는 경험이 담겨있다. 그렇게 ‘배려 받음’을 느낄 때 선수는 최선을 쏟는다. 사람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감화력이 결국 리더십이다. 박 감독은 김학민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 리더가 없는 대한항공에서는 모두가 동행할 때에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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