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이강원(27)은 8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우리카드와의 3라운드 첫 대결을 마친 뒤 뛸 듯이 기뻐했다. 20득점의 맹활약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 거려서가 아니었다. 공격성공률이 65.21%에 달한 것도 그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환희에 가득 찬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스승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KB손해보험은 이강원의 맹활약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총평을 하던 권순찬(42) 감독은 이강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에 칭찬을 해주려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칭찬보다도 진한 한 마디로 제자의 심금을 울렸다.
권 감독은 “우리 팀에서 마음고생이 가장 심한 선수가 바로 이강원이다. 본인 스스로 책임감을 더 가지라는 의미에서 평소 특별한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감독이 말하는 책임감이란 이강원에게 스스로 이겨내라는 뜻이었다. 그는 시즌 전 이강원을 주전 라이트로 선언했다. 이강원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교체 투입이 익숙한 자원이었다. 스스로 “아직도 교체투입으로 코트에 들어가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주전’ 이강원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KB손해보험의 중위권 싸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주포 알렉스와 함께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권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중이다.
권 감독의 말을 전하자 이강원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확인을 거듭했다. 그는 “진짜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셨나? 정말인가?”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어 곧바로 “오늘은 이것으로 됐다. 감독님이 내 마음을 알아주신 것에 최고로 만족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승과 제자는 각자의 인터뷰를 마친 후 더 이상 특별한 말을 나누지 않았다. 서로 통한 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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