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 최하위(6위)에 머물러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IBK기업은행)의 이적으로 높이가 낮아진 데다 득점력이 뛰어난 기존 외국인선수 테일러 심슨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외국인선수 없이 치른 세 경기에선 승점 1점 추가에 그치며 와르르 무너졌다. 10일 인천 KGC인삼공사전을 앞둔 상황에서도 블로킹(세트당 1.537)과 속공(성공률 26.67%) 부문 최하위에 처져 있었다. 센터의 기본 덕목인 블로킹과 속공의 불안은 공격루트가 단조로워지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외국인선수까지 이탈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10일 인삼공사전에 앞서 “센터 자리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날 신인 김채연(18)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입단한 그는 183㎝의 장신으로 블로킹 기술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발은 벤치에서 했지만, 선발출전한 김나희가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코트를 향해 달려나갔다. 블로킹을 강화해 공격기회를 늘리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전략은 완벽하게 통했다. 김채연은 1세트 20-21에서 인삼공사 한송이의 공격을 차단하며 기세를 올렸고, 23-22에선 알레나의 오픈공격마저 블로킹했다. 외국인선수 크리스티나와 함께 블로킹에 가담하니 상대 공격수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김채연은 24-23 세트포인트에서도 알레나의 오픈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흥국생명이 첫 세트를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단순히 득점과 연결되는 블로킹뿐만 아니라 팀의 공격기회를 늘리는 유효블로킹도 순도가 높았다. 나란히 20득점을 기록한 이재영과 크리스티나가 양쪽에서 받쳐주니 공격기회를 얻는 자체로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었고, 결국 세트스코어 3-0(25-23 25-22 25-19)의 완승을 거두며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박 감독은 “(김)채연이는 처음부터 들어가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선배들이 어느 정도 안정시켜준 뒤 채연이의 높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채연은 “고2 때는 블로킹에 자신이 있었지만, 흥국생명 입단을 두 달여 앞두고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졌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도 폼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네트플레이와 이단연결 등 약점을 보완해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