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시야·지칠줄 모르는 활동력 장점 북한 철벽수비, 초반부터 뚫어야 승산 운명의 한판, 월드컵 희망 띄울지 주목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여기에 월드컵 무대를 향한 대진까지 공개됐다.
반드시 이겨야할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이 북한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11일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을 벌인다. 8일 일본전에서 통한의 2-3 패배를 안은 만큼 1승이 절실한 시점. 다시 선봉을 맡을 이는 역시 이민아(26·인천 현대제철)다.
● 효과 본 ‘이민아 시프트’
윤 감독은 E-1 챔피언십 출정식과도 같았던 지난달 21일 최종명단 발표 현장에서 ‘이민아 시프트’라는 전략을 꺼내놓았다. 핵심 공격수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이 결장하는 상황에서 대신 중책을 맡을 이로 선택한 것이다.
감독의 특명을 받은 이민아는 실력으로 화답했다. 8일 일본과 1차전은 사실상 이민아의 독무대였다. 원톱으로 나서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번 생산해냈다. 전반 14분 페널티킥을 얻는 장면에선 이민아의 활발한 움직임이 돋보였고, 후반 35분 2-2 동점골을 만드는 대목에선 넓은 시야가 도움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동료 공격수 한채린(21·위덕대)도 마음껏 전장을 누빌 수 있었다.
이날 일본전은 이민아가 남은 2경기에서도 선봉장을 맡아야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경기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일본을 상대로 펼쳤던 능력을 북한전에서도 발휘하는 일이다. 북한은 과격하리만큼 거침없는 수비로 악명이 높다. 중국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터라 한국을 꺾고 우승에 다가가겠다는 집념이 강하다. 한국으로선 초반부터 이민아 시프트가 먹혀들어야 승산이 있다.
● 동기 부여하는 ‘프랑스행 대진표’
도쿄에 정박 중인 윤덕여호 앞으로 주목할만한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내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릴 아시안컵 본선 대진표가 10일(한국시간) 확정됐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호주, 일본, 베트남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기준으로 호주는 6위, 일본은 8위, 베트남은 31위다. 한국은 15위로 만만치 않은 대결이 예상된다.
사실 아시안컵 성적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2019프랑스여자월드컵 출전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8개국 가운데 상위 5개국만이 프랑스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A조(요르단∼중국∼태국∼필리핀)와 B조 상위 2팀씩이 출전권을 얻고, 3위팀끼리 대결의 승자가 마지막 1장을 얻는다. 한국으로선 베트남은 물론 호주와 일본 가운데 한 팀을 꺾어야 한다.
프랑스행 대진표를 손에 쥔 윤덕여호. 과연 운명의 남북전에서 분위기를 바꿔 E-1 챔피언십과 월드컵 전망을 환하게 비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