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환했지만 그림자 역시 짙었다. 한국축구가 중국을 상대로 또다시 웃지 못했다.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과 공방전 끝에 2-2로 비겼다. 전반 9분 선제골 헌납 이후 곧바로 2골을 만회했지만, 후반 31분 동점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전 무승부로 대회 2연패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한국. 1차전을 통해 드러난 빛과 그림자는 무엇이었을까.
● 성공한 ‘공격’ 플랜B
우선 이번 대회 1차‘실험대상’이었던 공격의 플랜B는 성공적이었다. 순수 국내파로 구성된 공격진은 우려와 달리 차근차근 손발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손흥민(25·토트넘)과 기성용(28·스완지시티) 등 핵심 공격자원들이 출전하지 않아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K리거들은 각자의 장점을 어필하며 향후 전망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김신욱(29·전북 현대)이었다. 이달 초 국내 전지훈련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연속 골을 터뜨렸던 감각이 이번 대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나 인상적인 장면은 동료에게 찬스를 만드는 대목이었다.
전반 12분 이재성(25·전북)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넣었고 3분 뒤 이재성에게 머리로 공을 떨어뜨려 역전골에 기여했다. 중국 수비진이 김신욱의 움직임을 막느라 옆에서 달려오는 이재성을 놓쳤다. 신태용호의 공격루트 폭이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측면 자원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신 감독은 고려대와 2번째 평가전에서 최철순(30)과 김진수(25·이상 전북), 김민우(27·수원 삼성) 등 풀백들을 과감하게 전방으로 투입시켰다. 중국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전술의 변화 덕분에 공격층이 두꺼워지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여기에 이재성의 간결한 움직임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 실패한 ‘수비’ 압박
다만 수비불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번 대회는 ‘3경기 무실점’이라는 구호가 내걸릴 만큼 수비 조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사실상 현재 구성원들이 2018러시아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비록 막내 김민재(21·전북)가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상태지만, 이번 대회에 동행하며 함께 호흡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축 수비진은 첫 경기부터 식은땀을 흘려야했다. 우선 풀백들의 깔끔하지 못한 볼 처리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실점 장면뿐만 아니라 여러 대목에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2선의 협력수비 역시 아쉬웠다. 중원에 있는 선수들이 내려와 풀백의 짐을 나눠져야 했는데 실전에선 이 같은 장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풀백과 중원 사이에 공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신 감독이 국내 전지훈련 때부터 매번 강조한 ‘압박’과 연결돼있다. 신 감독은 고려대와의 연습경기 1차전을 분석한 뒤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협력수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고려대와의 2차전에선 그것이 잘 먹혀들었지만, 중국을 상대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압박과 협력수비의 문제는 이번 E-1 챔피언십에서 신태용호가 가장 먼저 지워야할 그림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