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북 제재로 우승 해도 상금 못 받아 응원 온 조총련계 재일동포들 취재진 경계 ‘공격전’ 걸개 걸고 “필승 조선” 구호 외쳐
동아시아 정세의 긴장관계를 암시하기라도 하듯, 경기장 일대엔 차디찬 바람만이 가득했다. 한국과 북한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이 열린 11일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
4월 평양 경기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남북 여자축구는 사뭇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운명의 일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떠오른 최대 화두는 북한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이었다. 이는 곧 동아시아 기류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일본 한복판에서 열리는 E-1 챔피언십도 민감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EAFF가 내놓은 극약처방은 북한의 상금 미지급이었다.
E-1 챔피언십은 참가팀 모두에 상금을 지급한다. 남자부 우승팀이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 여자부 우승팀이 7만 달러(약 7800만원)를 가져가고, 나머지 팀들이 차등으로 보너스를 챙긴다. 남자부 최하위팀과 여자부 최하위팀도 각각 5600만원과 1100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북한이었다. 최근 국제연합(UN)의 제재조치 결의에 따라 북한 국적자들이 일본으로 입국하지 못할 정도로 현재 양국 관계는 얼어붙었다. 다만 일본 정부의 특례 허가에 따라 북한 남녀 선수단은 일본 땅을 겨우 밟을 수 있었지만, EAFF 측은 최근 정세를 고려해 상급 미지급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남북전을 찾은 북한 응원단으로부터도 느낄 수 있었다. 경기시작 2시간을 앞두고 만난 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통칭 조총련) 계열의 재일동포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응하지 않았다.
거대한 인공기를 사이에 두고 찍은 사진 한 장이 가능한 정도였다.
경기장 안에서의 북한 특유의 응원은 이날도 계속됐다. 남북전에 앞서 치른 8일 중국전(여자)과 9일 일본전(남자)에서 펼친 열광적인 응원으로 일본 현지의 관심을 받았던 이들은 남북전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전’, ‘만리마’ 등이 적힌 걸개를 내걸은 한편, “필승 조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선전을 기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만든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한반도를 벗어나 치른 19번째 여자축구 남북전은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