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이 11일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북한과의 2차전에서 0-1로 졌다. 8일 일본전 2-3 패배에 이은 2연패 수렁이다. 한국은 이로써 남은 중국전 경기결과와 관계없이 12년만의 대회 우승이 좌절됐다. 반면 북한은 2연승으로 3회 연속 우승에 한 발 짝 다가갔다.
현실적인 전력 차이가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으로 치른 평양 원정에서 1-1 무승부로 선전하며 이번 대회 필승을 다짐했지만, 8개월 만에 다시 한계를 실감해야했다.
윤덕여 감독은 일본전에서 맹활약했던 이민아(26·인천 현대제철)를 2선으로 내리고, 유영아(29·구미 스포츠토토)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4-1-4-1 포메이션을 펼쳤다. 물오른 패스 감각의 이민아가 앞 선으로 길을 터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전반 초반 효과를 봤다.
이민아가 중원을 누비며 여러 차례 침투 패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동료 미드필더들이 북한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가 결국 화를 불렀다. 전반 18분 오른쪽으로 치고 나온 리향심(21)을 수비수들이 놓쳤다. 빈 공간을 확보한 리향심은 침착하게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174cm의 장신 공격수 김윤미(24)가 이를 머리로 받아 선제골을 기록했다. 한국대표팀의 수문장 김정미(33·인천 현대제철)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를 맞은 뒤 골망을 갈랐다.
리드를 허용한 한국은 이후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공격에선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수비에선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윤덕여 감독은 전반 45분과 후반 5분, 이소담과 최유리를 차례로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소득 없이 후반을 마쳤다. 중요한 순간마다 나온 패스 미스도 아쉬웠다.
결국 이번 대회는 한국여자축구가 동아시아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선 북한을 반드시 넘어야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 됐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한국은 28년 동안 북한과 총 19차례 맞섰는데 단 1승(3무15패)에 그쳤다. 유일한 1승은 12년 전 동아시아축구선수권(E-1 챔피언십 전신)에서 나왔다. 당시 한국은 북한전 1-0 승리를 앞세워 초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후 번번이 북한의 벽에 가로막혀 2번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남북전은 윤덕여호에 뼈저린 교훈을 남긴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