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된 ‘CMS와 함께하는 2017 동아스포츠대상’을 빛낸 수상 소감은 남자프로배구 ‘올해의 선수’ 현대캐피탈 문성민(31)이 빚어냈다. 화려한 수사가 아닌 진정성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탄성과 박수를 끌어냈다.
문성민은 2013년, 2016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동아스포츠대상을 수상했다. 문성민은 지난해 수상 당시에도 상금 500만원 전액을 유소년 배구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바 있다. 2017년에도 상을 타면, 기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어디에 기부할지는 현대캐피탈 구단 관계자들도 정확히 몰랐다.
문성민은 “상금을 포항 지진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기부하겠다”고 수상 소감 끝머리에 말했다. 2017년부터 ‘올해의 선수’ 상금은 10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그래도 문성민의 전액 기부 뜻은 변함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문성민이 최태웅 감독님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배구로 받은 것들을 배구에 돌려주라’는 감독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CMS와 함께하는 2017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을 자기만의 공이라 규정하지 않는다. 세 번의 수상에서 늘 “뽑아준 타 팀 동료선수들, 상을 받게 도와준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진심으로 ‘V리그 배구선수를 대표해서 받는 상’이라는 개념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상금을 자기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성민의 변치 않는 배려 덕택에 V리그의 품격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문성민은 V리그의 아이콘 같은 플레이어다. 실력, 외모, 인성까지 겸비했다. 최 감독을 만나며 문성민은 배구만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스타플레이어 이상의 코트 바깥까지 살필 줄 아는 리더가 되어가고 있다.
문성민은 최근 팀을 이끄는 양 축인 신영석(31)과 함께 선수단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 “후배들 간식비용, 회식비로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현대캐피탈에 그런 비용이 책정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나 문성민, 신영석의 자비 부담은 다가오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큰돈을 기부해도 흔쾌히 응하는) 문성민의 와이프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웃었다. 돈과 기록을 넘어 기억으로 남는 ‘레전드의 길’로 문성민이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