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사진)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미국 대표팀 전체가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의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평창 올림픽에 전체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냐’는 크리스 월리스 앵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항상 우리는 올림픽의 안전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항상 우리 선수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써 6일 헤일리 대사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단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불거진 ‘미국의 평창 올림픽 불참 가능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당시 헤일리 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해 미국 선수단 참가 여부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앞으로 토론할 문제다”, “더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아직 실무적인 결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단 안전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한 발언을 한국의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과대 해석해 보도하면서 한미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번질 뻔했다. 헤일리 대사는 평창 올림픽 참가 결정에 직접 관련된 당국자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고 차기 국무장관 임명설이 나오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들어 발언에 무게가 실린 측면도 있다.
청와대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7, 8일 방한했을 때와 같은 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대표단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보내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또 미국 측에 “오해가 없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헤일리 대사가 4일 만에 같은 방송사에 출연해 ‘결자해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함께 백악관과 국무부, 미국올림픽조직위원회(USOC)도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헤일리 대사의 발언 다음 날인 7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한국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길 고대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 송년행사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USOC 역시 참가 의사를 분명해 했다. 9일 스콧 블랙먼 USOC 위원장은 뉴욕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물리적 또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면 우리는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샌더스 대변인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전에 한 브리핑 내용만 강조하며 ‘미국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재차 보도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상대국의 국내정치 역학 관계와 발언자의 정치적 성향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발언인 만큼)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했어야 할 사안이었다”며 “단순히 발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결과적으로 평창 올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헤일리 대사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정권 내부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온 백악관의 입장에 상반되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이날 미 CBS방송 ‘페이스더네이션’에 출연해 ‘대통령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식으로든 불쾌함을 느끼거나 학대당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당당하게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샌더스 대변인은 “이 여성들의 의혹 제기는 거짓말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해결된 문제”라고 밝혀 사실상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성추행 여성과 관련된 헤일리 대사의 발언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임명 첫해에 헤일리 대사는 대통령 내각의 충실한 일원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그는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도 백악관에서 승인한 원고를 벗어난 말을 할 용의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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