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북한 자책골로 1-0 신승
전원수비 전략 알고도 대응 못해… 템포 없이 단순히 전방만 노려
득점 후 기회 와도 김신욱만 의존… 오히려 막판 세트피스 실점 위기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남북 대결’에서 이기고도 웃지 못했다.
한국은 12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상대 자책골 덕택에 북한을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중국전 무승부(2-2)에 이어 1승 1무를 기록했다. 북한과의 역대 전적은 7승 8무 1패.
포백 수비로 나섰던 중국전과는 달리 3백 수비(3-4-3)를 들고 나온 한국은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 탓에 줄곧 소득 없는 경기를 했다. 11일 북한 여자대표팀이 체력으로 한국 여자축구팀을 무너뜨렸다면 북한 남자축구팀은 촘촘한 수비벽으로 한국 남자축구팀을 괴롭혔다.
한국은 전원 수비를 펼치는 북한의 전략을 알고서도 경기 템포 변화를 주지 못하고 단순하게 전방을 노렸다. 북한 선수들은 공을 중심으로 적절하게 좁혔다 벌렸다 거리 유지를 하면서 공간을 주지 않았다. 선수들이 경쟁하다 떨어지는 공의 위치에도 북한 선수가 먼저 가 있었다. 한 선수가 뚫리면 여지없이 도움 수비가 들어갔다.
한국의 공격은 이재성(전북)이 풀어갈 때와 아닐 때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이재성이 동료와 2 대 1 패스로 돌파를 하거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생기는 공간에서 주로 기회가 왔다. 하지만 마무리가 세밀하지 못해 좀처럼 골을 잡아내지 못했다. 방향이 불분명한 측면 크로스는 북한 수비에 대부분 걸리거나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전반 중반 이재성의 헤딩 패스를 받은 이창민(제주)의 오른발 슈팅이 북한 골문을 살짝 빗나간 게 가장 좋은 기회였다.
후반에도 답답한 흐름은 반복됐다. 이재성의 침투를 활용하는 연결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후반 11분 김민우(수원)의 크로스를 진성욱(제주)이 왼발로 방향을 바꿔 때렸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도 겹쳤다. 한국은 후반 19분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가운데로 빠르게 꺾어 올린 크로스를 골문으로 쇄도하는 진성욱을 막던 북한의 리영철이 걷어내다 자기 골문에 넣는 바람에 결승골을 얻었다.
한국은 득점 후 경기 운영도 아쉬웠다. 북한이 동점골을 위해 공격 선수 수를 늘리면서 공간이 넓어졌지만 교체 투입된 장신 김신욱(전북)의 높이만 고집하면서 추가 골을 얻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후반 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몇 차례 북한에 위험한 상황을 내줬다. 10월 러시아전과 11월 콜롬비아전에서 실점했던 장면이 다시 나올 뻔했다.
신태용 감독은 “오늘 경기 땐 수비를 밑으로 내려 실험했다. 그래서 공격이 무뎠던 것은 인정한다. 앞으로 공격수들이 더 집중력을 갖고 골을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팀이 전체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손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16일 일본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일본은 중국을 2-1로 꺾고 2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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