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관마는 아무나 되나? 혈통·기수·조교사 ‘삼박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5시 45분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받은 ‘파워블레이드’는 오경환 기수와 김영관 조교사의 조력으로 올해 최고의 경주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받은 ‘파워블레이드’는 오경환 기수와 김영관 조교사의 조력으로 올해 최고의 경주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 황제마 판도 뒤바꾼 3가지 비결

명마 ‘메니피’ 자마로 우승 DNA 이어받아
오경환 기수, 말 능력치 올리기에 최적화
막판 직선주로 승부…조교사 작전도 한몫


국내 최초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수, 4세, 한국, R125)가 지난 10일 8억원의 상금이 걸린 그랑프리(GⅠ, 2300m)까지 접수하며 왕좌의 자리를 굳혔다. 경주마의 능력치를 나타내는 레이팅도 R122에서 R125로 올랐다. 또한, 이번 장거리 경주에서 ‘트리플나인’을 제쳐 2016년 3번의 패배를 설욕했다.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경주력을 이끌어낸 세가지 비결을 알아본다.

● 타고난 혈통…전설의 명마 ‘메니피’의 아들

경마에선 혈통이 중요하다. 부마와 모마로부터 우월한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마가 잘 뛰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최고의 종마인 리딩사이어 타이틀을 획득한 ‘메니피’의 자마들이 수득한 상금만 5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8월 데뷔 후 현재까지 벌어들인 수익만 30억원에 이르는 ‘파워블레이드’ 역시 ‘메니피’의 대표 자마다. ‘경부대로’(2014년 대통령배 우승, 그랑프리 우승), ‘영천에이스’(2015년 코리안 더비 우승), ‘스피디퍼스트’(2013년 코리안더비 우승), ‘라이징글로리’(2012년 코리안오크스 우승) 등도 ‘메니피’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 ‘메니피’의 자마들은 대부분 스피드가 뛰어날 뿐 아니라,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있어 경주마로서 훌륭한 역량을 갖췄다.

● 기수와의 호흡…베테랑 오경환 기수

이번 경주에서 파워블레이드와 함께한 선수는 경마관계자 모두의 예상을 깬 오경환(만37세) 기수였다. 오경환 기수는 1999년에 데뷔한 최고참 선수지만, 대상경주 우승경험은 지난 2012년 동아일보배를 끝으로 5년 동안 전무했다. 최근 1년 승률 역시 7.6%(2017년 12월11일 기준)에 불과해 성적도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 한국경마 역사상 최단기 1000승 달성에 빛나는 김영관 조교사 입장에서는 이미 호흡을 맞춰본 최고기량의 선수인 임성실, 함완식, 다실바 기수 등 선택의 폭이 넓었다.

이를 뒤집고 오경환 기수가 선택된 것은 경기종반 경주마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데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오경환 기수는 직선주로에서 경주마를 모는 힘이 다른 기수보다 탁월하다. 특히 막판 단거리에서 말들의 힘을 뽑아내는 데는 도가 텄고, 그렇게 해줄 친구라 믿었기에 기용했다”며 뜻밖의 선수기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탁월한 선택이 됐다.

● 조교사의 경주작전…선(先) 비축, 후(後) 안배

“초반에 힘 빼고 페이스 유지하다가 직선주로에서 승부를 걸자던 작전이 들어맞았다.” 김영관 조교사의 ‘선(先) 비축, 후(後) 안배’ 작전은 당초 단거리에 강한 선입마이지만 장거리에서 추입능력까지 갖춘 파워블레이드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게 했다. 선두그룹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해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뒷심을 만들어 낸 것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

일반적으로 단거리 경주는 초반 선두싸움이 치열한 만큼 조교사와 기수 모두 선행 또는 선입형의 경주전개를 선호한다. 반면 중장거리 대회에선 경주 후반 폭발적인 추입력을 자랑하는 추입형의 경주마가 사랑 받는다. 선행마는 출발하자마자 선두권에서 달리는 말을 뜻하며 선입마는 선행마를 따라가는 스타일을 말한다. 추입마는 피니시 라인을 앞두고 선두로 치고 나오는 습성을 가진 말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일찌감치 오경환 기수한테 추입이 작전이라고 말했다. 파워블레이드는 경주 초반에도 잘 뛰는 말이기 때문에 선두그룹만 유지해 준다면, 초반 비축한 힘을 중후반 이후 폭발시켜 ‘역전’을 노리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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