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같은데 움직임은 다르다. 운명의 라이벌전을 앞둔 한국과 일본의 모습이 그렇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이제 사실상의 결승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일본이 패권을 놓고 다툰다. 최근 5경기 상대전적은 한국의 3무2패 열세. 한일전에서 웃은 기억이 희미한 한국도, 안방에서 우승을 노리는 일본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
그런데 공통의 목표를 지닌 두 나라의 준비과정은 어딘가 모르게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쪽은 한 템포 쉬어가는 징검다리 전략을 펼친 반면, 다른 한쪽은 고삐를 다잡고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우선 이번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하루 휴식을 통해 원정에서의 피로를 물리치기로 했다. 9일 중국전(2-2 무승부)과 12일 북한전(1-0 승리) 등 사흘 사이에 2경기를 치른 만큼 쉼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적재적소의 휴식은 때론 약이 될 수 있다.
13일 오전, 전날 북한전에 뛰지 않은 선수들만 소집해 간단한 훈련을 진행한 신태용(47) 감독은 14일 선수단 전체에 휴식을 줬다. 한일전을 하루 앞둔 15일에만 전체훈련을 예고했다. 일본은 상황이 달랐다. 바히드 할릴호지치(65·유고슬라비아) 감독은 13일 회복훈련 이후 14일에도 선수단을 소집해 한일전 대비 훈련에 들어갔다.
사실 한국보다 피로도가 더한 쪽은 일본이다. J리그가 E-1 챔피언십 개막 직전에 끝났기 때문이다. 일본 선수단 전원은 J리그로 구성됐는데 이들 모두 소속팀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휴식을 취할 시간도,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일본 매체들이 이번 대회 북한과의 1차전에서 일본이 고전한 이유 중 하나를 피로 누적이라고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14일 일본의 전체훈련에선 할릴호지치 감독 특유의 예측불허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이날 훈련은 15분 공개로 예정돼있었지만, 시작 직전 전체공개로 전환됐다. 자신감이 묻어나보였다. 이에 대해 일본의 취재진은 “우리도 왜 전체공개로 시간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감독의 선택에 모든 일정이 달려있다. 이게 바로 할릴호지치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선수들은 2연승을 달리고 있는 만큼 표정은 모두 밝았다. 20분가량 간단하게 몸을 푼 뒤 패스게임 등을 통해 30분 정도 손발을 맞췄다. 숙명의 라이벌전인 만큼 두 나라 기자들의 취재경쟁도 뜨거웠다. 50여명의 취재진이 훈련장을 찾아 일본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역대 78번째 한일전의 막이 이미 올랐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