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물음표 지운 신태용 ② 플랜B 완성 ③ 4-4-2 안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5시 45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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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월드컵 새 동력 얻은 신태용호

최상의 경기력으로 7년만에 일본 대파
대표팀 안팎 부정적 시선 말끔히 씻어


이제는 2018러시아월드컵이다. 한국축구가 다사다난한 2017년을 마치고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로 들어선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정국의 분수령과도 같았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에서 극적인 4-1 역전승을 거뒀다. 대회 2연패 달성은 물론 대표팀 안팎의 부정적인 시선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무엇보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최대수확은 러시아행 동력 장착이다. 신태용호는 그간의 부침을 뒤로하고 ‘무소의 뿔’처럼 러시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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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릿하고도 뜻 깊은 한일전 승리

20년 전 도쿄대첩(1998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2-1 승리)이 떠오를만한 짜릿하고 통쾌한 명승부였다. 한국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치른 역대 78번째 한일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반 3분 수비수 장현수가 마크 상대를 잡아당기다 페널티킥을 허용해 고바야시 유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직후부터 총공세를 펼치며 일본을 압박했다.

한국은 전반 13분 김신욱이 김진수의 크로스를 머리로 정확하게 받아내 동점을 만들었고, 10분 뒤 정우영이 그림 같은 무회전 프리킥을 성공시켜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이어 전반 35분 김신욱이 문전을 단독 돌파한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슛을 성공시켰고, 후반 24분 염기훈이 프리킥 골을 추가해 4-1로 승기를 굳혔다.

이날 승리는 한국축구로서는 참으로 의미가 깊었다. 7년 만에 라이벌을 꺾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0년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박지성과 박주영의 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3무2패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라이벌이란 단어를 쓰기 무색할 만큼 간격이 벌어지는 모양새였다.

더욱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월드컵 본선을 함께 앞둔 상대라는 점에서 자존심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리고 운명의 대결에서 한국은 완벽한 승리를 일궈내며 활짝 웃었다. 이번 한일전은 1997년 9월 28일 도쿄대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장소만 국립경기장에서 아지노모토스타디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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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침 딛고 일어선 신태용호

한편 이날 경기를 끝으로 한국축구는 올해 모든 A매치를 마무리 지었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2017년이었다. 감독 중도교체와 월드컵 본선행 위기, 진실공방에 이르기까지. 1년 사이에 숱한 좌절이 반복됐다.

6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물러난 뒤 7월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부지한 경기력 속에 비난을 받았고, 곧바로 터져 나온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 영입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계속되며 대한축구협회 고위 집행부가 대거 교체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하루도 없었다.

비상시국은 연말까지도 계속됐다. E-1 챔피언십 초반 부진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였다. 이번 한일전은 그런 의미에서 신태용호 체제 안정화의 분수령과도 같았다. 이는 대회 현장에서도 충분히 감지됐다.

몇몇 외신기자들이 한일전 이후 신태용 감독의 거취 문제를 궁금해 할 정도로 대표팀은 불안해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신태용호는 한일전 승리를 통해 내년 월드컵을 향한 확실한 동력을 얻게 됐다. 외풍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신뢰를 팬들에게 확실히 심어줬다. 이젠 어떤 세력의 흔들기도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과제도 많이 안았기 때문이다. 신태용호는 E-1 챔피언십에서 국내파를 활용해 공격 플랜B를 어느 정도 완성시켰다. 동시에 4-4-2 포메이션 정립이라는 소득도 얻었다.

다만 매번 문제로 지적된 수비 불안만큼은 아직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다. 내년 1월 중동 전지훈련과 3월 유럽 원정 A매치, 5월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나가야할 숙제다.

대표팀은 대회 시상식 직후 감독 헹가래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다. 신 감독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우승 소감을 밝혔다. 9월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에서의 교훈도 작용했겠지만, 목표지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에서 모든 행동을 조심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월드컵에서 싸워야할 상대는 기록으로만 남을 어제의 상대 일본보다 강하다. 대표팀이 다시 차분해져야할 이유다. 남은 시간은 이제 6개월이다.

도쿄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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