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결혼한 아내 김정아 전 아나운서 월드컵 예선·E-1컵…기다림의 연속 귀국날에도 김진수는 자선축구 참가 오늘 드디어 반년 미룬 신혼여행 출발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25·전북 현대)의 2017시즌은 정말 바빴다.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뛰다 올해 초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 유니폼을 입고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성과도 좋았다. 전북은 2009∼2011∼2014∼2015년에 이어 통산 5번째 K리그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하며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김진수는 맹활약했다.
특히 16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그는 측면을 지배했다. 대역전 드라마의 시발점이 된 김신욱(29·전북)의 1-1 동점골 어시스트를 엮어 대표팀의 4-1 쾌승에 크게 기여했다.
부침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명실상부한 K리그 최고의 클럽 전북에서 뛴다는 이유로 많은 질타와 과도한 비난을 받았다. 항상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그이지만 마음고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때마다 큰 힘이 된 존재가 있다. 방송인 출신으로 출중한 미모를 자랑하는 아내 김정아 전 아나운서다. 1년 반 동안 독일∼한국을 오가며 원격 연애를 한 커플은 5월 31일 백년가약을 맺었다.
K리그의 A매치 휴식기를 이용해 6월 1일 혼인하려 했으나 김진수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 엔트리에 뽑혀 날짜를 앞당겼다. 출퇴근 형태로 훈련하던 동료들과 함께 결혼식 당일에도 땀을 흘리며 몸을 만들었다.
당연히 신혼여행도 미뤘다. 미리 날짜도 잡을 수 없었다. E-1 챔피언십 출전 여부에 따라 스케줄이 바뀔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워낙 일정이 빡빡해 신혼생활도 즐길 틈이 없었다. 잠깐 얼굴만 보고 다시 짐을 꾸려 외지로 떠나는 시간이 반복됐다. 얼마 전 도쿄에서도 그랬다. 김 씨는 조용히 일본으로 원정 응원을 떠났다. 팀 일정이 없을 때 짧게 전화통화만 나눈 부부는 둘만의 시간을 가질 뻔 했다.
신태용(47) 감독이 한일전을 이틀 앞둔 14일을 전면 휴식일로 정하면서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남편은 먼저 동갑내기 친구부터 챙겼다. “근처에 (윤)일록(FC서울)이가 있어. 녀석이 혼자 있어서 내가 놀아줘야 해!” 도쿄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해 찾은 커피숍에서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신 게 전부였지만 다시 아내는 남편을 보내줬다.
이렇듯 동료와 친구를 잘 챙기는 김진수는 대표팀에서도 분위기메이커다. 식사 후 국가대표 신입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긴장을 푸는 태극전사들의 전통이 있는데, 그 역시 한곡 뽑았다. 막내는 아니지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흔쾌히 마이크를 들었다.
17일 김포국제공항으로 먼저 귀국한 아내는 이날마저 기다려야 했다. 남편은 곧바로 자선행사부터 챙겼다. 전·현직 프로축구선수 기부모임 MISO(My talent IS Ours) 자선축구경기가 이날 경기도 용인에서 열렸다.
다행히 19일부터는 온전히 부부를 위한 시간이다. 반년을 미뤄온 신혼여행을 떠난다. 따스한 하와이에서 쉼 없이 달려오며 지친 심신을 달랜다. 내년 1월 8일부터 시작될 전북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앞서 최대한 알찬 휴식을 보내려 한다. 부지런히 뛴 김진수의 뜻 깊은 한 해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