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북한 미사일 때문에 ‘정말 괜찮으냐’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간절히 원했던 기회인 만큼 언어로 세계를 잇는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5일 일본 지바(千葉)현 간다외국어대 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 마카베 히토미(眞壁ひとみ·20) 씨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가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7년 동안 독학으로 공부한 한국어 실력을 한국에서 제대로 발휘할 첫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제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비행기표는 자비 부담이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했다. 첫 방문인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곳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마카베 씨의 한국어 공부는 중2 때 시작됐다. 한국어가 일본어와 비슷하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혼자 K팝 가사를 번역하고, 인터넷에서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찾아 들었다. 그는 “단어가 조금씩 들리는 게 신기해 공부하다 보니 3, 4년 후에는 라디오를 사전 없이 듣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처음 말해본 건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한국어로 말하는데 어찌나 긴장되던지…. 그래도 의사소통이 돼서 정말 기뻤어요.”
취미였던 한국어가 일이 된 것은 지난해 여름 한일 청소년 교류 스포츠 행사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면서부터다. 이후 펜싱, 사격 등 다양한 종목의 국제 경기에서 한국어 통역 봉사를 했다. 올해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때에도 한국 선수단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마카베 씨는 “독학하다 보니 존댓말을 잘 몰랐는데 (한국) 실무진이 많이 도와주셨다. 여동생이나 딸처럼 귀여워해 주셔서 지금도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친해진 이들과는 내년 평창 방문 때도 만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도쿄(東京)역에서도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소지품을 도난당한 여행자의 신고를 돕고, 갑자기 쓰러진 여행자를 위해 가족에게 연락한 적도 있다. 마카베 씨는 “실제 한국인이 쓰는 한국어를 익히려고 주 5일 봉사를 한다”며 “(도쿄역의) 한국어 담당은 혼자라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언어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평창 올림픽 때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일본어, 한국어, 영어 안내를 맡는다. 그는 “선수 통역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도 “큰 대회이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만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평창 사전행사에서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읽고 추울 때 발생할 수 있는 병과 증상의 명칭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속한 간다외대를 포함해 일본의 7개 외대는 합동으로 평창에 자원봉사자 110명을 파견한다. 해외 단체 자원봉사로는 최대 규모다. 마카베 씨는 “언어로 다른 사람을 돕는 직업을 갖겠다는 장래 희망을 향한 본격적인 시작점이 평창”이라며 “평창의 얼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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