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회식은 주최국의 정체성을 세계인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올림픽 최대 문화이벤트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을 책임진 송승환 총감독(60)을 13일 만났다.
그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주경기장이 아닌 오각형 개·폐회식장에서 진행되는 만큼 과거에 본 적 없는 색다른 비주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에 2015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오각형 구조의 개·폐회식장을 지었다.
그는 “오각형의 독특한 구조로 이색적인 동선을 연출해 남다른 그림을 만들 것”이라며 “원형 무대에 설치된 두 대의 리프트 밑에선 수백 명이 한꺼번에 등장해 한편의 공연 예술처럼 다양한 입체미를 뽐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에선 한국의 전통문화부터 K팝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보안 약속 때문에 세부 내용과 출연진은 행사 당일까지 비밀이다. 그는 “개·폐회식에 3000여 명의 출연진이 등장한다”며 “한국무용, 전통 음악 예술가들을 비롯해 세계적 K팝 스타, 현대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자연미를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볼 때 주로 한중일 3개국을 떠올린다. 중국이 자연으로 압도하고, 일본은 아기자기한 인공적 꾸밈이 강하다면 한국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는 “빛으로 된 영상을 쏘는 프로젝션 매핑 등 현대적 미디어 아트와 세계적인 한국의 영상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회식의 슬로건은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 폐회식은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새로운 미래)’다. 그는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점에서 올림픽 정신 중 하나인 평화가 가장 맞아떨어지는 나라”라며 “스포츠를 매개로 세계인이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개회식 슬로건을 피스 인 모션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넥스트 웨이브’는? “평창 올림픽이 끝나도 한국이 좀 더 성장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미래의 물결, 한국이 만들어라’라는 메시지입니다.”
막판까지 종잡을 수 없는 변수도 있다. 북한의 참가 여부와 날씨다. 그는 “북한이 참가할 경우 개·폐회식의 일부 장면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밤 지붕 없는 야외에서 행사를 치르다 보니 날씨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 송 감독은 “극한 상황이 닥치면 장소를 옮겨 공식 행사 위주로 진행하고, 강풍이 불면 개·폐회식장을 이용하되 상부구조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 2월 9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수십억 명의 눈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집중되는 만큼 TV 중계 화면에도 신경 쓰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 올림픽 주관방송사 카메라 35대와 미국 NBC 방송사 카메라 35대 등 총 70대의 카메라가 투입된다. 장면별로 콘티를 그려가며 카메라의 위치, 장면 전환, 타이밍, 각도 등 세밀한 부분까지 협의해 나가고 있다.”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화제가 된 ‘굴렁쇠 소년’처럼 이번 개·폐회식에서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명장면이 나올까. 그는 “서울 올림픽 당시 20∼30개의 ‘와우 포인트’(감탄사가 나오는 장면)를 만들었고, 그중 굴렁쇠 소년이 효과를 봤다”며 “이번 개·폐회식에도 10여 군데 와우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중 어떤 장면이 세계인의 감동을 이끌어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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