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거물 외야수 김현수(29)를 영입함으로써 LG는 극적으로 타선보강에 성공했다. 내년 시즌 김현수는 수비에선 좌익수, 공격에선 클린업트리오의 일원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김현수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LG에는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포지션 중복이다. 건강한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희생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문제다.
김현수는 외야는 물론 1루도 맡을 수 있다. 외야와 1루는 LG가 키워내야 할 젊은 선수들이 몰려있는 포지션이다. 외야만 해도 안익훈(21), 이천웅(29), 이형종(28), 채은성(27) 등 그동안 잠재력을 엿보인 자원이 많다. 외야의 터줏대감이던 박용택(38)이 이미 올해부터 사실상 지명타자로 전업했음에도 체증이 심한 곳이 바로 외야다.
1루도 만만치 않다. 베테랑 정성훈(37)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한 이 자리에서도 김재율(28), 양석환(26), 윤대영(23) 등이 피 말리는 주전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현수가 좌익수로 자리를 굳혀도, 만에 하나 내년 시즌 도중 1루 수비 비중을 높여도 그 여파는 누군가의 기회감소로 귀결될 수 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구도가 예고된 몇몇 포지션과 달리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리도 있다. 대표적 포지션이 바로 3루다. LG는 이 곳에 외국인타자를 영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견실하게 핫코너를 책임지면서 LG의 장타력 고민까지 해소해줄 ‘효자 외국인타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현수에게 115억원에 이르는 역대 2위의 FA 계약을 안기고도 LG의 스토브리그와 내년 스프링캠프는 분주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