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발왕산(해발 1458m) 정상. 평창 겨울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알파인스키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영하 14도에 바람마저 거세 온몸이 얼어붙었다. 입술이 얼어 말조차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고장 난 기상관측장비를 수리해야 했다. 찬바람이 거셀수록 그는 다짐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상청 직원 권혁준 씨(46)의 일상이다. 그는 매일 한파와 싸우며 평창 올림픽 설상 종목 경기장을 순회한다. 기상관측장비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는 2년 반 전에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로 파견됐다.
“제 고향이 강릉이에요. 어릴 때 비료포대에 지푸라기를 넣어 만든 썰매로 대관령 일대를 누볐죠. 20년간 기상예보 업무를 하면서 동심을 잊고 지냈는데, 기상청에서 평창 파견자를 모집하더군요. 서울에 살던 가족과 함께 아예 대관령으로 이사를 왔어요.”
평창 올림픽 설상 종목 경기장에는 2∼7개의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됐다. 이 장비들은 기온, 습도, 바람 등을 자동으로 관측한 뒤 온라인을 통해 1분 단위로 기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권 씨는 “기상 조건이 경기 결과와 직결돼 기상 관측과 예보가 평창 올림픽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별 날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키점프 경기는 점프를 할 때 바람이 초속 4m 이상이면 경기를 중단해요. 바람이 선수 앞에서 부는지, 뒤에서 부는지에 따라 점수가 달라져요. 알파인 경기는 습도가 중요해요. 공기 중에 습도가 높으면 선수들 시야가 가려 경기를 제대로 못 하거든요.”
크로스컨트리나 바이애슬론 경기는 눈의 온도가 중요하다. 스키로 평지와 언덕을 오르내리는 만큼 눈이 적절히 얼어 마치 코팅된 듯한 상태가 돼야 한다. 이 때문에 바이애슬론 경기는 30분 단위로 눈의 온도를 측정해야 한다.
“눈이 많이 오면 겨울올림픽에 좋을 거 같죠? 아니에요. 설상 종목 경기장은 인공 눈을 다져 최적의 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에 눈이 내리면 다 치워야 해요. 그만큼 예보가 중요하죠.” 권 씨는 올림픽 기간 중 기상청 예보관, 자원봉사자 등 80여 명과 함께 매일 7개 경기장을 돌며 경기에 필요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기상관측장비를 관리한다.
그는 “아들이 수시로 제가 입는 평창 올림픽 조직위 유니폼을 입어본다”며 “그 옷에 국가대표처럼 태극마크가 붙어 있다. 태극마크가 달린 옷을 입고 올림픽을 준비하니 아이들이 아빠를 참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빙상 종목에서는 금메달이 자주 나왔으니 이번에는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많이 땄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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