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키점프대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허벅지 단련 장소이기도 했다. 이곳에 있는 최대 경사 37도에 이르는 두 개의 높고 가파른 언덕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루지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곳의 큰 언덕(라지힐)길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언덕을 따라 나 있는 폭 1m도 안 되는 관리용 철제 계단이었다. 이곳의 길이(언덕 크기)는 142m에 웬만한 아파트 29층에 맞먹는 높이(87.97m)였다.
5개월 전 선수들이 뛰어 올라갔던 그 언덕이 바로 다음 달이면 스키점프 선수들이 비상하고 내려앉을 착지 구간이다. 스키점프 경기장은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에 따라 크게 △인런 구간(가속 주행) △비행 및 착지 구간 △아웃런 구간(퇴장)으로 구성된다. 흔히 착지 구간의 크기에 따라 경기장을 나누는데 평창 스키점프대는 이 구간의 길이가 142m인 라지힐, 이보다 작은 109m의 노멀힐 등 두 개 경기장으로 나뉜다.
이 두 경기장의 이름은 각각 ‘K-125(라지힐)’와 ‘K-98(노멀힐)’. 도약대에서 착지 구간에 위치한 K포인트(도착 기준점)까지의 비행 거리에 따라 명명됐다.
두 경기장은 선수들이 도약대에서 초속 25.5m(시속 91.8km) 정도로 날 수 있게 설계된 인간 비행장이다. 활주 구간에 해당하는 인런 구간의 길이와 도약대의 높이는 다르지만, 선수들이 뛰어오를 때의 속도는 비슷하다. 선수들이 날아올라 착지하는 낙차(도약대와 K포인트 높이 차)는 두 곳 모두 아파트 15층을 웃돈다. 라지힐은 아파트 20층에 해당하는 60.08m, 노멀힐은 15층에 가까운 46.73m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스키점프에 달린 금메달은 총 4개. 라지힐에서는 남자 개인과 단체전이, 노멀힐에서는 남녀 개인전이 펼쳐진다.
채점은 크게 비행 거리와 심판 점수로 구분되는데 비행 거리는 K포인트를 눈여겨봐야 한다. 먼저 각 선수에게 기본 점수 60점을 준 뒤 K포인트보다 1m를 더 멀리 뛰면 라지힐은 1.8점, 노멀힐은 2점을 더하는 방식이다. 이보다 덜 뛸 경우 그만큼을 제한다. 여기에 5명의 심판 점수 중 최고와 최저를 뺀 세 명의 합산 점수(최대 60점)를 더하는데 그 기준은 활강과 착지의 자세, 비행 거리 등이다.
평창 스키점프대는 FIS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지어졌다. 규격은 다른 스키점프대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평창 스키점프대는 강풍이 부는 곳에 있어 대회 때 바람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재작년 12월 최대 높이 25m에 폭 255m에 달하는 방풍 네트를 라지힐 둘레를 따라 세웠다. 이 방풍 네트는 풍속이 초속 10m에 달하는 바람이 불어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제 규정상 풍속이 초속 3m면 경기 중단, 5m 이상이면 경기를 취소한다.
올림픽 기간에는 스키타워 1층 주차장에 선수대기실과 왁싱룸(장비관리), 탈의실이 마련된다. 그곳에서 스키점프 출발대(노멀힐 2층, 라지힐 3층)로 올라갈 때는 높이 3m짜리 대형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스키를 들고 타도 천장에 닿지 않게 설계됐다. 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출발대로 가기 전 웜업 장소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선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결전의 순간을 앞두고 말이 없어지는 침묵의 공간이다.
차례가 되면 선수들은 웜업존을 빠져나와 작은 구멍이 나 있어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제 다리를 지나서 출발대로 간다. 눈이 와도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지어졌다. 선수들은 발아래 얼음이 깔린 인런 구간의 시작점을 바라보고 출발대에 선다. 이곳에서 1차 비행이 끝나면, 선수들은 아웃런에 마련된 모노레일을 타고 2차 비행을 위해 다시 선수대기실로 향한다.
톱니바퀴처럼 짜여 있는 이곳의 설계자는 장홍만 공간종합건축 설계담당 상무(49). 그는 ‘건축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신념으로 이곳을 설계했다. “호롱불 모양의 스키점프 타워 전망대가 우리가 재량껏 설계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건축은 기능에 맞춰 정확하게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창 스키점프대에서 세계 유수의 스타가 날아오를 날이 기다려집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