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한화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다나베 노리오 전 세이부 감독은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지만, 마운드와 수비는 한 번 자리 잡으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며 마운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운드, 특히 강한 선발진은 강팀의 조건 중 하나다. 선발진이 긴 이닝을 버텨주면 지키는 야구는 한결 수월해진다. 계투진의 체력이 승부처에서 팀의 경기력과 맞닿아 있어서다. 이 같은 현대야구의 흐름에서 긴 이닝을 버틸 수 있는 투수, 특히 ‘완투형 선발투수’의 가치는 엄청나다. 2017시즌 일본프로야구(NPB) 퍼시픽리그 MVP에 오른 ‘수호신’ 데니스 사파테(소프트뱅크)도 “선발진이 오래 버티지 못하면 계투진이 부담을 떠안는다”고 일갈했다.
● NPB, 완투형 선발투수 전성시대
최근 5년간(2013~2017시즌) NPB에서 가장 많은 완투를 기록한 투수는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25회)다. 2014시즌에만 9차례 완투를 했다. 2위는 가네코 치히로(오릭스)의 22회, 3위는 스가노 도모유키(요미우리)의 21회다. 5년간 20완투 이상 기록한 투수만 세 명이다. 이들 중 노리모토(28)와 스가노(29)는 아직 20대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니시 유키(오릭스·14완투)와 기쿠치 유세이(세이부·12완투)도 각각 28세, 27세로 젊은 피에 속한다. NPB 출신 투수들이 국제대회와 메이저리그(ML)에서 통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B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 선정 기준 가운데 하나가 ‘시즌 10완투 이상’인데, 이를 넘지 못하고 상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만족을 모르는 일본투수들의 성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 KBO리그는 어떨까
지난 5년간 KBO리그 최다 완투 기록자는 윤성환(삼성·7회)이다. 토종 투수만 놓고 보면, 양현종(KIA·6완투)과 유희관(두산·4완투)이 뒤를 잇는다. NPB와 견줘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이 기간 전체 선발진이 평균 5.1이닝만 소화한 터라 완투형 선발투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각이 있지만, 갈수록 ‘이닝이터’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KBO리그에서 활약한 7시즌 동안(2006~2012시즌) 27차례 완투를 기록한 류현진(LA 다저스)이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 보여준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마운드의 분업화에 따라 불펜의 중요성이 커졌다”면서도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기본기의 차이도 존재한다. 일본 투수들은 하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투구수에 관계없이 긴 이닝을 버틸 수 있다. KBO리그의 144경기 체제에서 완투형 투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