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 의사를 밝힌 국가 정상급 인사는 33개국 45명(유엔 사무총장과 총회의장 포함 시 47명). 실제 참석자 수는 유동적이다.
외교가에서는 겨울 스포츠 강국인 유럽과 북미 국가의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평창을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렉산더르 국왕의 경우 스케이트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세이던 1986년, 약 200km 거리를 경주해 ‘스케이트 마라톤’으로 불리는 엘프스테덴토흐트에 참가한 경력도 있다. 트뤼도 총리도 스노보드를 즐긴다. 대학 시절 스노보드 강사로 일했을 만큼 실력도 뛰어나다.
○ VIP용 특별대우는 없다?
“정상급 인사들도 평소 누리던 VIP 의전을 꽤 많이 포기해야 할 거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수십 명의 국가 정상이 일반인 인파와 뒤섞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전과 경호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VIP용 특별대우’가 많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행사 진행의 중심을 선수 배려와 원활한 경기, 또 일반인 관람객과의 평등에 맞추고 있다는 것. 일례로 국가 정상들도 행사장과 경기장을 출입하려면 ‘AD카드(Accreditation Card·승인 카드)’를 소지하고 직접 카드인식기에 찍어야 한다.
AD카드도 국가 정상과 그의 파트너, 수행원 2명, 주한대사, 경호원 2명 등 총 7장만 발급된다. ‘자리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폐회식과 인기 종목(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준결승전 이상 등)의 경우 국가 정상 내외에게만 AD카드를 발급하는 게 원칙이다.
특별대우 간소화 방침은 좌석 배치와 방한(防寒) 대책에서도 나타난다. 개회식에 참석하는 국가 정상급 인사들은 올림픽 개·폐회식장 중앙 부분에 돌출형으로 마련된 특별석인 ‘프레지덴셜 박스(Presidential Box)’에서 행사를 관람하게 된다. 개최국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가운데 앉고, 나머지 정상들은 선수단 입장 순서(가나다순)대로 앉는다.
프레지덴셜 박스는 일반 관중석과 분리돼 있지만 일부 방탄유리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가림막 없이 트인 공간이라 추위를 피할 순 없다. 조직위는 프레지덴셜 박스 안에 VIP만을 위한 별도의 난방기기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했다. 하지만 IOC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국가 정상들도 일반 관중과 같은 조건에서 행사를 관람하는 게 적절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조직위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조직위는 개·폐회식에 참석하는 정상들에게 평창 올림픽 디자인이 반영된 목도리, 모자, 장갑 등 방한용품을 나눠줄 예정이지만 테러 표적 방지를 위해 실제 제품을 사전에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정상급 인사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 있다면 프레지덴셜 박스 뒤편에 마련되는 ‘VIP 라운지’다. 정상급 인사들은 행사 도중 이곳에서 몸을 녹일 수도 있고 따뜻한 음료와 불고기, 김밥, 호박죽, 김치불고기타코 같은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 VVIP가 온다면?
개회식 참석을 위해 이동할 때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만 개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정상급 인사들은 ‘VIP용 버스’를 통해 단체 이동하도록 돼 있다. 다만, 미-중-러의 VVIP가 올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위는 IOC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의전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인 차량 이동’이나 ‘개인 경호’를 강력히 요구할 경우 거부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자국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정상들이 선수촌을 방문해야 할 경우 IOC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평소 정상들이 경험하기 힘든 절차로 꼽힌다.
VIP 의전 간소화 원칙은 곧 VIP 경호 강화 문제로 이어진다. 군과 경찰이 행사장 외곽 경호를 맡지만 VIP 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가 경호안전통제단을 통해 별도로 관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고위급 인사가 개·폐회식 등에 참석할 경우 경호 문제 등에 대해선 조직위나 경호처 관계자들 모두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아직 협상이 시작도 안 된 상황에서 경호 얘기를 섣불리 꺼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내부적으론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당시 황병서 최룡해 등이 전격 방문했을 때의 전례 등을 참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피부 붉어지고 통증땐 동상 의심… 술 마시면 체온 더 빠져나가 ▼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하는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국가 정상급 인사들도 체면 무릅쓰고 방한용품을 단단히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장과 코트 차림으로 서너 시간 이상 앉아 있다가 자칫 추위에 고생할 수 있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37.5도.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생긴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수 있으니 주변 사람의 관찰이 필요하다. 황윤정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의 증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심각한 저체온증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체온증이 시작되면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 얼굴과 손이 창백해진다. 이어 팔과 다리가 떨린다. 체온이 34도 이하로 떨어지면 말이 어눌해진다. 판단력도 흐려지고 자꾸 눈이 감긴다. 33도 밑으로 떨어지면 외부 자극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32도 이하가 되면 팔과 다리 떨림이 사라지는 대신 심장박동과 호흡수가 줄어든다. 30도 이하로 떨어지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
즉각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의식이 있다면 마른 담요로 몸을 감싸 체온을 올린다. 핫팩이나 따뜻한 물주머니를 머리, 목, 가슴, 배 등에 댄다. 따뜻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도록 한다.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은 안 된다. 의식이 없는 사람을 발견하면 당장 의료진을 불러야 한다. 섣불리 옮기려다 부정맥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몸을 좀 녹이겠다며 술 한잔 걸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몸에서 열이 더 빠져나갈 뿐 아니라 신체 반응이 늦어져 추위에 둔감해진다.
피부 조직이 얼어붙는 동상은 주로 뺨, 손발, 귀, 코 등에 발생한다.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을 동반한다.
약한 동상은 37∼42도의 따뜻한 물에 해당 부위를 30∼60분 담그면 대체로 좋아진다. 물집이 생겼다면 터뜨리지 말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아주 심한 동상이라면 피부 조직에 물집이 생기고 괴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손발, 뺨 등에 감각이 덜 느껴진다면 곧바로 실내로 들어가 처치를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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