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을 투자해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1964년 이후 두 번째 하계 올림픽 개최라는 의미와 ‘레거시(유산)’로 거론되고 있다. 이제 개막을 한 달여 앞둔 평창 겨울올림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창 대회의 경우 비교 대상이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이다. 지방에서 열렸고, 올림픽을 계기로 정비된 철도 도로 등 공통점이 많다. 지금 나가노의 모습은 결국 20년 뒤 평창, 강릉의 모습일 듯하다.
나가노 시내의 경기 시설은 지금 매우 노후한 상태다. 나가노 시의 소유는 6개 시설로 연간의 유지 관리비는 10억 엔(약 95억 원)에 이른다. 사용료 수입 4억 엔과 국가로부터 보조되는 2억 엔을 제외한 4억 엔이 나가노 시의 부담이다.
특히 시민들로부터 비판은 받는 건 경기 인구가 적은 썰매 경기 시설이다. 올해부터 얼음 정비가 중지됐고 인라인 스케이트 등 다른 레저에서 사용이 모색되고 있다. 아이돌 가수 콘서트 등 다목적 이용되고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장 등 5개 시설은 수익은 안정되어 있지만, 개·보수비용이 향후 10년간 약 45억 엔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칸센 개통, 고속도로 정비로 생활권은 확산됐다. 예를 들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나가노 현에서 도쿄에 통근·통학하는 사람은 787명에서 4691명으로 늘어났다.
산업 측면에선 신칸센 개통 후를 비교하면 노선 주변 사업소의 특허 출원 수가 약 5% 늘었다. 관광이 점프 대회장의 하구바(白馬) 마을 외국인 투숙 수가 2006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3배 이상이 늘었다. 도쿄와 시간적 거리가 짧아진 것이나 ‘나가노(NAGANO)’라는 지명도 상승에 따른 장점이다.
그러나 관광 전반을 1991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당일 손님은 6% 늘었지만 고객은 38% 감소, 관광 소비액도 23% 감소했다. 나가노 현의 명목 총생산도 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긴 안목에서 봤을 때 올림픽으로 큰 경제 효과는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자연에 영향은 가리왕산을 일부 절개한 평창 정도는 아니지만 나가노에서도 활강 코스가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설정으로 논란이 일었다. 나가노 현 환경 보전 연구소에 따르면, 올림픽 후 조사에서 활강 경기의 악 영향은 증명하지 못했지만 스키 이용객이 늘면서 이 일대 식물이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현지에서 고산 식물의 복원 활동이 이뤄지는 등 ‘환경 보전 의식’이라는 유산이 태어났지만 아직 원래의 모습은 되찾지 못했다. 일단 황폐해진 자연은 되돌리기 쉽지 않음을 증명한 셈이다.
한편 나가노 올림픽에서 탄생한 봉사 단체 중에는 지금도 활동하는 팀이 있다. 일례로 나리타공항에서 외국인을 돕는 NPO법인. 그 후 2002년 월드컵을 포함한 스포츠 이벤트나 국제 회의에서 전철 티켓 구입을 돕거나 선수·임원 출입국 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 측면에선 나가노 시의 학교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지역의 상황을 배우고, 선수를 응원하는 한 학교-한 나라 운동이 진행돼 지금도 8곳에서 활동 중이다.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는 학습 효과가 있었다. 강원도에서도 이미 이런 교육이 진행중이다.
또 컬링장으로 사용된 가루이자와에선 아이부터 어른까지 컬링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평창 올림픽에는 처음으로 이 지역 팀이 일본 대표로 출전한다.
나가노에서 겨울올림픽을 보면 유형의 유산은 숙제로 남았고 경제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오히려 봉사 활동이나 스포츠 문화, 국제 교류라는 무형의 유산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평창 대회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교토대 재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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