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중앙수비수 홍정호(29)가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컴백했다. 행선지는 전북 현대다.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2013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향했다. 한 때 ‘제2의 홍명보’로 평가받은 홍정호는 한국축구의 10년을 책임질 재목으로 성장하는 듯 했지만 해외에서 보낸 4년 반은 마냥 장밋빛이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향한 것은 사실상 실패로 평가할 만 하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쟁쟁한 공격수들과 맞서며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여겼으나 작년 여름부터 출전시간이 크게 줄었다. 더 이상 시간낭비를 피해야 했다. 결국 1년 임대 신분으로 전북에 안착하게 됐다.
홍정호가 전북 유니폼을 입으면서 축구계는 또 다른 흥행요소를 얻었다. 형제의 동반출격이다. 그의 친형 홍정남(30)은 전북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의 뒷문을 동시에 책임지는 색다른 장면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높은 이름값만으로 안주할 수 없다. 상당한 공백기간을 거친 홍정호는 당장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프로 2년차임에도 농익은 플레이로 전북은 물론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김민재(22), 전 국가대표 이재성(30) 등과 동일 포지션에서 싸워야 한다. ‘다용도 수비수’ 최보경(30)과 중앙미드필더 신형민(32), 오른쪽 풀백 최철순(31)도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센터백으로 변신할 수 있다.
오랜 기다림을 딛고 지난시즌 No1 골키퍼로 떠오른 홍정남 역시 방심할 처지가 아니다. 지난시즌 막바지 홍정남이 잠시 흔들린 틈을 타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른 황병근(24),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출격한 송범근(21)도 호시탐탐 벤치의 호출을 기다린다. 전북 최강희(59) 감독은 “동등한 위치에서 똑같은 경쟁을 이겨야 출전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최근 K리그에는 형제 선수들이 유난히 많아졌다. 그러나 같은 팀으로 뛸 기회는 결코 흔치 않다. 전북의 특급 미드필더 이재성(26)은 이재권(31·부산 아이파크)과 형제다. 이범영(29·강원FC)-이범수(28·경남FC)도 수문장 형제이지만 서로 적으로 만나야 한다. 제주 골키퍼 이창근(25)은 동생 이창훈(23)이 올 시즌 입단하면서 골키퍼 콤비가 됐으나 어느 팀도 수문장 2명을 동시에 출격시키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