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 조원태(43) 총재는 대한항공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항공·물류는 업종의 특성상, 완벽을 추구하는 분야다. 미세한 오차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실수에 관대한’ 스포츠 문화와 조 총재가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가 KOVO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취임 후 약 6개월, 조 총재의 ‘완벽주의’가 겨냥한 지점은 오심이었다. 오심을 없애기 위해서 꺼내든 카드가 IT 기술의 이식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배구를 돕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조 총재는 항공사의 40대 CEO로서 첨단 전자기기에 관한 이해도가 높다.
최근 KOVO는 태블릿PC 등 심판의 판정을 돕는 장비를 장충, 계양체육관에 설치했다. 시범실시인데 설치비용, 인건비를 포함해 대략 30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KOVO 집행부에서 더 일찍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KOVO 내부와 이사회에서 비용 대비 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다 오심사태가 커지자 이를 계기로 조 총재가 강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회에서 타 구단 단장들도 ‘총재께서 시범이라도 해보자는데 더 이상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배구계는 전한다.
만약 2018~2019 V리그부터 전 경기 도입을 한다면 1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선심을 대신해 인, 아웃을 잡아주는 ‘호크아이’까지 도입하면 10억대로 올라간다는 전언이다. 자체 개발을 하면 투자비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IT 기기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14일 장충 우리카드-삼성화재전에서 오심이 나왔다. 우리카드 신으뜸의 4세트 공격 성공을 놓쳐 아웃으로 판정했다. 배구계는 또 한번 비용 대비 효율성 논쟁에 휩싸였다. 찬성파와 반대파의 논리는 팽팽하다.
그러나 IT의 물결은 속도의 차이만 남았을 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려의 시선을 어떻게 설득하고, 자금을 조달할지는 KOVO의 몫이다. 10년 전, 처음 비디오판독이 도입되었을 때에도 처음에는 비판적 시선이 강했다. “판정은 사람이 하는 것.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주장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비디오판독은 KOVO의 성공작이 됐다. 야구, 농구 등에서도 배구를 따라한다.
IT의 정당성은 ‘오심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프레임에서 출발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장 효율적 루트를 찾아낸다면 조 총재와 KOVO의 업적이 될 것이다. IT 인프라는 오심 없는 배구라는 꿈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IT는 배구를 어떻게 바꿀까. 거대한 실험의 첫머리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