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역대 월드컵전사들의 동계전지훈련은 어떻게 진행 됐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6일 05시 30분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할 당시 히딩크 전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할 당시 히딩크 전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 참가할 선수가 확정된 가운데 신태용호는 월드컵을 향해 힘차게 닻을 올렸다. 대표팀은 22일 출국해 몰도바(27일), 자메이카(30일), 라트비아(2월3일)와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통상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벽두부터 해외로 나가 비지땀을 쏟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대표팀간 경기) 기간이 아니어서 해외파가 빠지는 등 의미가 축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K리거를 중심으로 한 소집멤버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역대 월드컵대표팀도 이 기간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갖춘 ‘흙 속의 진주’를 골라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은 한국이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무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준비기간도 길었다. 개최지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1985년 12월 열린 멕시코 4개국대회에 출전해 헝가리(0-1패) 멕시코(1-2패) 알제리(2-0승)와 상대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듬해 2월에는 홍콩구정대회에 참가했다.

이후 서독으로 건너가 현지 클럽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는데,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차범근도 합류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앞둔 2월에는 지중해에 위치한 몰타에 캠프를 차리고 노르웨이(2-3패), 몰타(2-1승)와 평가전을 치렀다. 중동에서는 이라크(0-0무) 이집트(0-0무)와 경기했고,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레알 베티스와 친선전(1-1무)을 가졌다.

1994년에는 본선 개최지 미국에서 겨울을 보냈다. 2월26일 콜롬비아전(2-2무)에 이어 미국과
2차례(0-1패, 1-1무) 맞붙었다.

1998년 겨울도 분주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1월 방콕에서 열린 킹스컵에 다녀온 뒤 2월에는 뉴질랜드 및 호주에 캠프를 차렸다. 뉴질랜드(1-0승) 호주(0-1패)와 경험을 쌓았고, 호주 클럽팀 FC울렁공시티(1-2패) 시드니유나이티드(1-0승) FC마코니(3-1승)도 상대했다.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한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한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2002년 1월 미국 LA에서 열린 북중미 골드컵에 출전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미국에 1-2로 패한 뒤, 약체 쿠바와도 득점 없이 비겼다. 8강에서는 멕시코에 승부차기 승을 거뒀으나 준결승에서 코스타리카에 1-3으로 졌고, 3~4위전에서도 캐나다에 1-2로 역전패했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히딩크는 자신의 스케줄대로 밀고 나갔다. 장소를 옮겨 우루과이에서 훈련했고, 3월 중순에는 스페인 라망가에서 담금질했다.

2002년 4강 진출로 2006년 대표팀은 부담감이 컸다. 개막을 9개월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파악과 조직력 강화를 위해 긴 훈련기간이 필요했다. 1월 두바이에서 UAE와 평가전(0-1패)에 이어 사우디 4개국대회에 출전했고, 홍콩 칼스버그컵에도 출전했다. 2월 중순에는 미국에서 3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등 그야말로 강행군을 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미국 전지훈련 도중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미국 전지훈련 도중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0년 1월에는 개최지 남아공의 고지대 적응훈련이 우선이었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핀란드 및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을 치러 모두 이기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대표팀은 2월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쌓았다. 2014년에는 개최지 브라질로 먼저 날아가 베이스캠프인 이과수에서 훈련한 뒤 미국 LA에서 3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역대 대표팀의 전훈 양상을 보면 한국선수의 유럽진출이 봇물을 이룬 2002년 이후와 그 이전으로 나뉠 수 있다. 2002년 이전에는 유럽파가 드물어 소집 멤버가 사실상 최종 엔트리에 들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유럽파가 다수를 차지한 2000년대 중반 이후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K리거가 주축을 이루면서 최종 엔트리에 드는 인원이 급감했고, 전훈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중요한 건 코칭스태프가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욕심 부리기보다는 작지만 알찬 성과를 거두려는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전훈을 소화한다면 분명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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