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 족구에 빠진 홍경민 “공 막아냈을 때 그 희열이 좋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8일 05시 45분


홍경민은 2015년 ‘우리 동네 예체능’ 족구편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예인 족구단 ‘포에버’를 창단해 활동하고 있다. 주장을 맡은 그는 “족구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홍경민은 2015년 ‘우리 동네 예체능’ 족구편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예인 족구단 ‘포에버’를 창단해 활동하고 있다. 주장을 맡은 그는 “족구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TV ‘예체능’ 계기로 동료들과 ‘포에버’ 창단
“족구 쉽게 봤다가 큰코 다쳐…이젠 실력 늘어
족구는 역할분담 확실한 운동…내 특기는 서브”


홍경민(42)은 족구를 하나의 ‘취미’로 즐긴다. 사실 족구라면 야유회에서 아저씨들이 즐기는 공놀이 정도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에게 족구는 배드민턴처럼 접하기 쉬운 일종의 스포츠다. 지난해 11월엔 마음이 맞는 이들과 연예인 족구팀 ‘포에버’를 창단했다. 족구를 매개로 이어진 귀한 인연들과 함께 종종 이벤트 경기를 치르며 종목의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홍경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홍경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족구 그거 놀이 아니었어?

첫 단추는 TV 예능 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 족구편이었다. 시간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포에버를 구성하는 면면의 대다수가 ‘우리 동네 예체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강승호 감독과 배우 서지석, 개그맨 양상국 등 핵심 멤버들 모두 방송을 위해 함께 피땀을 흘렸던 동료들이다. 홍경민은 “당시 PD들에게 ‘우리끼리 족구 팀을 만들었다’고 하니 되게 놀라더라. 사실 그들도 팀을 만들기 위해 방송을 한 건 아니었으니까”라며 은근한 자부심을 보인다.

처음엔 족구를 만만하게 봤다. 야유회에서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놀이쯤으로 생각했다. 남자라면 하다못해 군대에서라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족구이기 때문이다. 평소 족구 실력이 좋은 편이라고 자신한 까닭도 있다. 결국 된통 혼이 났다. 실전은 너무나도 달랐다.

“악기도 기타, 드럼을 배우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초등학교 때 배운 캐스터네츠, 리코더 같은 악기를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근데 리코더도 실제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걸 보면 깜짝 놀란다. 마찬가지로 족구를 우습게 알았던 것 같다. ‘그냥 야유회 가면 하는 거 아니야? 굳이 정식 스포츠로 해?’란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진짜 어렵더라.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같이 해보면 일반인이 따라갈 수 없다. 예체능 때 정말 많이 배웠다.”

어쩔 수 없이 강 감독을 괴롭혔다. 틈만 나면 특별 훈련을 요청했다. 홍경민을 비롯해 서지석, 양상국 모두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더라도 따로 시간을 내 훈련장을 찾곤 했다. 열정만큼은 강 감독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강 감독은 “우리 동네 예체능을 찍는 동안 저 친구들이 굉장히 열심히 배우려고 해서 내 사적인 시간을 투자해 같이 운동을 했다”며 “특히 (홍)경민이는 책임감이 강한 노력파다. 역할을 맡으면 그게 될 때까지 파고드는 친구니까. 예체능을 7개월 동안 하면서 저 친구 때문에 제일 피곤했다”고 털어놨다.

강 감독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경민은 “그래도 그때 조금 배웠다고 일반인들보다는 실력이 좋다”고 웃는다.

홍경민(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포에버’ 동료들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홍경민(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포에버’ 동료들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나는 수비가 체질인가 봐

족구는 역할 분담이 확실한 스포츠다. 공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적절한 높이로 띄워주는 사람, 공격으로 득점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 홍경민은 수비수다. “처음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족구를 배울 때부터 수비로 배웠다”는 단순한 이유가 포지션 선택의 배경이다. 종목의 구분을 막론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역할은 공격수이기 마련인데, 그는 한사코 수비수를 고집한다. 내야수를 맡는 야구에서도 수비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곤 한다.

“나는 수비가 좋다. 모르겠다. 이게 성격인 건지(웃음) 야구를 할 때도 내가 잘 쳤을 때보다 잘 잡았을 때가 좋다. 기준이 다른 거다. 스포츠라는 것은 공격을 잘 해야 점수를 얻는다. 점수를 내야 결국 이기는 것인데, 다르게 보면 점수를 내지 못하게 막으면 이긴다. 누군가를 공격해서 점수를 얻었을 때의 희열보다 누가 점수를 내려는 것을 막았을 때의 희열이 더 큰 것 같다.”

수비 뿐 아니라 족구에서의 숨은 특기를 꼽자면 ‘서브’를 들 수 있다. 홍경민은 빠른 속도로 네트를 살짝 넘기는 서브를 구사하는데, 종종 서브에이스로 팀에 2점씩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팀도 기세가 올라 펄펄 날기 시작한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이에 홍경민은 “웃긴 이야기지만, 그래도 우리 중에는 내가 서브를 제일 잘 넣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홍경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홍경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꾸준한 내가 되었으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지 20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을 오랜 시간동안 홍경민은 가수, 뮤지컬 배우, 방송인으로서 참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다. ‘흔들린 우정’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라디오 DJ부터 각종 예능과 수많은 무대들을 섭렵했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그는 “20년을 큰 스타로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잘 해온 것 같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맡은 일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짝패라는 영화를 보면 이범수씨가 이런 얘기를 한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라고. 연예계에서는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것이란 얘기를 많이들 한다. 내가 대단한 스타가 아니더라도 겸허하게 내 할일을 열심히 하면서 지내다 보면 언제 또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 아닐까.”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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