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우리카드 김상우 감독-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승자는 남고, 패자는 떠난다. 욕망은 무한한데 자리는 유한한 이상, 프로 세계의 ‘적자생존’은 필연이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는 24일 후반기가 시작된다. 이제 만회가 불가능한 막판 스퍼트 구간에 진입하는 진짜 레이스다.
대한항공 박기원(67) 감독, 우리카드 김상우(45) 감독, 흥국생명 박미희(55) 감독은 계약기간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 감독은 나란히 2016~2017시즌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렇듯 계약도 타이밍이다. 계약만료 시즌, 적어도 전반기까지 세 감독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사느냐, 죽느냐를 가름할 길은 걷지 않을 수 없는데 결코 포개지지 않는다.
대한항공 김학민. 사진제공|KOVO ● 대한항공의 이륙은 언제 가능할까?
박 감독의 대한항공은 전반기를 4위(승점 35·13승11패)로 마쳤다. 자타공인 우승후보임에도 기대를 밑돌았다. 박 감독은 전력 포커스를 개막 직후가 아닌, 중반 이후에 맞췄다. 재활이 더뎠던 레프트 김학민의 몸을 그렇게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김학민이 감각을 끝내 찾지 못하며 팀 플랜이 어긋났다. 전술이 아닌, 전략의 오판이라 더 뼈아프다. 김학민이 살아나지 못하면, 대한항공의 후반기 반등 재료는 거의 없다. 세터 한선수를 축으로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곽승석의 사이드공격으로 난기류를 돌파해야 한다. 팀에 여유가 사라진 만큼 체력 부담도 남는다.
우리카드 파다르. 스포츠동아DB
● 우리카드, 파다르 의존도 어떻게 탈피할까?
세터 유광우의 가세에도 우리카드의 전반기는 6위(승점 29·9승15패)였다. 김 감독은 “센터가 약하니 어렵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우리카드와 붙는 팀들은 중앙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유광우의 블로킹 높이가 낮은 것도 노린다. 김 감독은 대비를 했지만 효과는 미약했다. 공격에서도 라이트 파다르를 보조할 레프트 자원이 숫자에 비해 효율이 처졌다. 김 감독은 최홍석, 신으뜸, 나경복, 한성정, 김정환 등을 교대로 시험했지만 리시브와 공격에 걸쳐 편차가 심했다. 팀이 가진 자원에 관한 최적의 배치를 어떻게 찾느냐가 김 감독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흥국생명 이재영. 스포츠동아DB
● 흥국생명, 지친 이재영을 어떻게 관리할까?
흥국생명은 2016~2017 정규시즌 1위 팀이었다. 그러나 1년 만에 하위권(5위·5승15패·승점 19)이 됐다. ‘포석이 엉켰다’는 해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프리에이전트(FA) 센터 김수지(IBK기업은행 행)를 놓쳤는데 그 보상선수로 리베로 남지연을 데려왔다. FA 리베로 김해란까지 영입해 리베로 중복이 빚어졌다. 논란 끝에 재영입한 외국인선수 테일러는 부상 퇴출됐고, 새 외국인선수 크리스티나를 데려오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 속에 레프트 이재영의 공격 비중은 치솟았다. 이재영이 리시브 폭탄까지 감당할 레프트 포지션인 점을 고려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이재영의 관리가 되지 않는 한, 흥국생명의 반격은 어려운데 어려울수록 이재영만 쳐다보는 현실적 악순환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