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단일팀’ 논란이 안타까운 남자아이스하키 동료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3일 05시 30분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을 18일 남긴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백지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진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을 18일 남긴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백지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진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저 안타깝습니다. 지금으로선 위로를 건네기도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빙판 위에서 함께 땀 흘리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탓에 따뜻한 위로조차 건네기 힘든 처지. 말을 아끼던 감독과 선수들도 빙판 위 동료들이 눈에 밟혔는지, 어렵사리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보였다.

개막을 눈앞에 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느닷없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으로 뜨겁다.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협상단이 최종 조율을 끝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최소 3명의 북한선수가 게임 엔트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만을 바라보고 땀과 눈물을 흘린 우리 선수들이 ‘졸속 단일팀’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됐다는 사실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 올림픽 미디어데이가 열린 22일 진천선수촌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최종엔트리에서 살아남은 대표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졌지만, 모두의 관심은 여자대표팀 단일팀 문제로 집중되고 말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을 18일 남긴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백지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진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을 18일 남긴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백지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진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먼저 운을 뗀 이는 백지선(51·캐나다) 감독이었다. 남자대표팀과 함께 여자대표팀 총감독(총괄 디렉터)을 겸하고 있는 백 감독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 서두에 단일팀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추천한 새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는 만큼 누구보다 깊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백 감독은 “여전히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북한선수 12명이 대회 엔트리에 추가되고, 3명이 실전에 나서게 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면서 “현재 머레이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개인적으로 머레이 감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가진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서로 협력해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을 18일 남긴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박우상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진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을 18일 남긴 2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박우상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진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부분의 선수들 역시 말을 아꼈다. 여자대표팀 동료들이 이미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논란을 더욱 키우지 않겠다는 속내가 읽혔다. 주장 박우상(33)은 “지금 시점에서 뭐라 말을 하기가 참 어렵다.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남녀대표팀 사이에 친한 선수들도 많지만 지금은 이야기도 잘 나누지 못한다. 위로조차 건네기 어렵다”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대표팀은 물론 남자대표팀 사기마저 꺾는 단일팀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단일팀 일정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올림픽 개막까지는 17일, 남녀 아이스하키 첫 경기까지는 20일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안일하고 미흡한 준비는 결국 선수들에게 상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이 깨달아야할 시점이다.

진천선수촌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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