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어서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내면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세라 머리 감독(30·캐나다)이 22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추측성 기사도 많이 나오는 탓에 감독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한국 선수 23명과 북한 선수 12명 등 35명으로 구성된다. 북한 선수는 매 경기 최소 3명이 출전해야 한다.
―북한 선수들의 합류에 대한 생각은….
“처음 북한 선수들이 합류한다고 들었을 때는 우리 팀 선수들의 출전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12명 중 3명만 출전시키면 된다고 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분위기는 지금 어떤가.
“선수들에게는 미팅 등을 통해 단일팀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단일팀과 관련한) 상황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지금껏 해온 대로 열심히 훈련하면 자신의 대표팀 자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여자 팀만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성차별이 아닌가.
“남자 팀은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뛰어나다. 여자 팀은 과거에 북한이 (한국보다) 더 강했다. 한국은 최근에 강해져 북한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여자 팀이 단일팀을 만들어 융화하기에 더 쉽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성차별은 아니다.”
―스위스, 일본 등에서 한국의 엔트리 확대가 불공정하다고 했는데….
“엔트리 확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여자대표팀 감독으로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게임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북한 선수의 합류에 대비한 준비 상황은….
“합류 가능한 북한 선수들의 임시 명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임시 명단상의 선수가 실제로 단일팀에 합류할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름을 밝힐 수 없다.”
―북한 선수 12명의 실력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
“우리 팀은 선수마다 플레이북(전술 노트)이 있는데 그것을 북한 선수들에게도 나눠주면서 우리의 시스템을 알릴 것이다. 코치가 3시간 정도 북한 선수들과 미팅을 한 뒤 북한 선수들에게 맞춘 플레이북을 만들겠다.”
―남북 단일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소통을 잘해야 한다.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니 (북한 선수들에게) 휴대전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으나 어려울 것 같다. 팀이 결속력을 가지려면 하나의 목표가 필요하다.”
―북한 선수 12명 모두에게 출전 기회를 주도록 배려할 것인가.
“가장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중용할 것이다. 위(정부 등)에서 북한 선수 12명을 모두 쓰라고 한다고 해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전략은 감독인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3라인에 쓸 북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 선수들은 4라인에 배치되나.(아이스하키에서는 5명이 한 라인(조)이 되어 번갈아 투입된다. 대개 4라인까지 운영된다)
“우리 팀(한국)은 3라인까지 매우 강하고 조직력이 좋다. 북한 선수는 4라인에서 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북한 선수들은) 피지컬이 뛰어나고 몸싸움을 잘하는데 이는 4라인에 맞는 특징이다.”
―2월 4일 인천에서 스웨덴과 연습경기를 하는데 그때 단일팀 선수가 출전하나.
“우리는 북한이 합류해 함께 경기를 치르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 선수들이 언제 (한국에)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카카오톡에 올라온 ‘늑대 사진’은 단일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인가.(머리 감독은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을 늑대 무리로 변경했다. 늑대들의 머리 밑에는 ‘KOREA’가 적혀 있다. 사진 상단에는 ‘우리는 맹수인가, 아니면 먹이인가?’라는 문구가 담겼다. 일부 언론은 이를 남북 단일팀과 연관지어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오해가 좀 많았다. 완전히 맥락을 벗어난 해석이었다. 그것은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사용한 사진이다. 선수들이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다른 상황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미디어에 대한 다른 오해는 없다. 하지만 늑대 사진에 대한 오해는 풀고 싶다(웃음).”
―남북 단일팀을 지휘하게 된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복잡한 감정이다. 역사적인 팀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기존에 함께 올림픽을 준비한 23명이 모든 경기를 뛰지 못해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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