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홍 “중3 때 처음 본 정현,‘이 놈 봐라’ 할 만큼 배짱 두둑…성공 확신”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월 25일 10시 41분


사=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
사=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
정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62)은 “정현은 어려서부터 대담하고 배짱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삼성증권 테니스단 감독을 지낸 주 전 회장은 24일 오후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정현의 4강 진출에 대해 “저희 테니스인 입장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정말 예상도 못했다"며 감격했다.
그는 "지난 2000년과 2007년에 이형택 선수가 16강 갔을 때만 해도, US 오픈에서. 그것도 기적이라고 했었다"며 "그런데 약관의 나이에 아직 경험이 일천한 정현 선수가 4강에 간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테니스 시스템이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훌륭한 선수가 나온 것은 정말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주 전 회장은 “아시다시피 지금 나이가 많은 나달, 페더러, 조코비치 이런 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잡고 있지 않나? 어린 선수가 치고 올라오는 일은 그동안 많지 않았다"며 "특히 동양 선수가 여러 가지 체격 조건으로 볼 때 이런 메이저 대회에서 4강을 올라간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고 대단한 일이다”고 거듭 정현의 성과를 칭찬했다.

또 “테니스 선수는 눈이 굉장히 중요한데. 정현은 9도 근시라고 나왔다. 그렇게 눈이 나쁘면 치명적이다”며 “특히 테니스는 리턴 할 때 눈을 가지고 리턴하는데, 정현 선수가 리턴을 아마 세계적으로 제일 잘 하는 선수 중 하나일 것이다. 저도 지금 그게 놀랍고. 눈 문제가 굉장히 핸디캡으로 어려웠었는데 잘 극복했다”고 감탄했다.

그는 정현의 첫 인상에 대해 “처음 면접 때, 아버지가 데리고 왔는데, 대화를 10분 정도 했다. 그런데 보통의 선수들은 그 나이에는 다 저를 어려워하는데 정현은 달랐다”며 “15세, 중 3 때 였는데 제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웃어가며 여유 있게 대답하더라. 그래서 ‘이 놈 봐라’ 하며 속으로는 이런 배짱이면, 재능은 이미 검증이 됐기 때문에 충분히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형택이 이미 은퇴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선수가 앞으로 장래에 한국 남자 테니스를 대표할 선수라는 판단이 들어서 제가 삼성에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선수를 볼 때 일반적으로 기본 재능은 다 있어야 하고, 특히 대범한 것, 남을 의식하지 않는 태도라든가 그런 멘탈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선수들의 관상을 관상학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표정이나 이런 것을 보고 선택한다. 그래서 윤용일이라든지 이형택이라든가 박성희, 조윤정 선수들도 다 그런 맥락에서 발굴했었다”고 설명했다.

주 전 회장은 1992년 삼성물산(현 삼성증권) 테니스단 창단 때부터 2009년까지 17년 동안 유망주를 키워냈다. 그의 손을 거친 박성희, 이형택, 조윤정 등은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며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높였다. 주 전 회장은 1990년대 외환위기 때도 팀 해체를 막았고, 2015년 해체 때는 삼성증권 최고위층까지 설득해 선수 육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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