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팀워크 조련사… 악바리 신감독 삼성 재건 믿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7일 03시 00분


[리더에게 길을 묻다]<1> 프로배구 삼성화재 전성기 두 주역 신치용 고문-신진식 감독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고문(오른쪽)과 신진식 감독. 신 고문은 삼성화재의 77연승을 이끈 명장이고, 신 감독은 77연승의 주역이자 팀의 미래를 책임진 사령탑이다. 신 고문은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 감독은 “근성 있는 팀을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겠다”고 답했다. 용인=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고문(오른쪽)과 신진식 감독. 신 고문은 삼성화재의 77연승을 이끈 명장이고, 신 감독은 77연승의 주역이자 팀의 미래를 책임진 사령탑이다. 신 고문은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 감독은 “근성 있는 팀을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겠다”고 답했다. 용인=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프로 스포츠 구단의 77연승, 빌보드차트 1위, 관객 1000만 명 동원. 쉽게 달성하기 힘든 기록들이지만 누군가는 이를 달성했다. 그들의 성공 과정에는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남다른 노력과 땀,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들이 담겨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요즘, 그들의 성공 노하우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찾아본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고문(63)과 신진식 감독(43).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자 삼성화재의 전현직 사령탑이라는 인연으로 묶여 있다. 신 고문은 1995년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뒤 2015년 퇴임 때까지 실업배구 77연승, V리그 8회 등 총 16회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2014∼2015시즌 직후 감독에서 그룹 임원(부사장)급 단장을 거쳐 지난해 말 고문으로 한발 물러났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 ‘갈색 폭격기’로 불리며 신 고문과 삼성화재 전성 시대를 연 주역이다. 작은 키(188cm)에도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장신 수비수의 블로킹을 뚫었다. 부상 중에도 팀이 위기에 처하면 코트에 나선 악바리였다. 지난해 삼성화재 선수 출신 첫 감독에 오르며 팀 재건의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두 사람이 22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다.

○ 신 고문, 리더는 ‘팀워크 조련사’

신 고문은 감독 시절 선수들을 혹독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했다. 오전 훈련시간에 지각한 선수는 가차 없이 훈련에서 뺐다. 훈련 준비가 안 된 선수는 경기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를 훈련시키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만들어 최대치 능력을 뽑아내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배구는 팀 스포츠이고, 조직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지론. “서로 헌신하지 않으면 무너집니다. 감독은 그런 팀워크를 조율해야 합니다.”

신 고문은 “나는 갑옷을 벗었고 신 감독은 갑옷을 입고 첫 전투에 나선 상황”이라며 신 감독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어 우승 경험이 많은 신 감독이 선수단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거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신 감독이 무난한 출발을 한 만큼 팀을 더 강하게 만들려는 욕심을 내야 한다”며 훈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경기는 훈련으로 하는 겁니다. 훈련의 결과가 경기에 반영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지금 삼성화재는 어느 정도 훈련이 돼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 신 감독, 리더는 ‘분위기 메이커’

삼성화재가 시즌 초반 11연승을 달리자 팬들은 신 감독을 ‘갓(god)진식’으로 불렀다. 이후 연패, 연승을 오가며 상승곡선이 주춤하자 ‘돌진식’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신 감독은 이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신경 안 쓰려 한다. 성적에 따라 애칭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라며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신 감독이 진 짐은 제법 무겁다. 삼성화재의 부활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4위에 머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신 감독 역시 훈련할 때는 코트에 쓰러질 때까지 선수들을 몰아붙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선수들이 ‘독사 같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휴식 시간에는 편안한 형님처럼 대하며 선수들과 스킨십을 갖는 데 공을 들인다. 자발적으로 팀에 헌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는 “(선수가) 코트에 서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악으로 깡으로 몸을 던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며 자신만의 지도자론을 폈다.


○ “리더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비슷한 듯 다른 스승과 제자의 배구 스타일은 닮았다. ‘기본기’를 강조한다. 기본을 지키는 게 배구를 시작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해서다. 이를 선수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감독으로서 시간 약속에 철저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하려 애쓴다. 예컨대 “이것밖에 못해”라고 타박하면 선수는 속으로 ‘그럼 네가 해봐’라며 반발한다. 대신 “이런 방법으로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식으로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식이다.

둘은 또 늘 솔선수범하려 애쓴다. 신 고문은 감독 시절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늦게 잠들었다. 그는 신 감독도 매우 모범적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 시절 신진식은 세터를 제외한 공격과 수비 모두 잘했죠. 오래달리기도 토할 정도로 전력 질주해 항상 1등이었어요. 그런 악비리 근성을 갖춘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모든 걸 고려해 꼼꼼히 준비하는 스승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신 고문은 “팀의 리더로 무한책임을 지는 게 쉽지 않지만 제자가 잘 헤쳐 나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배구#신치용#신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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