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선수! 부담 없이 평창 올림픽을 즐기세요. 평창에서부터 새롭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이 선수가 초대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받고 있는데 안방이라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기 배우 출신 박상원 서울예대 공연학부 연기전공 교수(59)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승훈(30·대한항공)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부담을 떨쳐 내기를 바랐다.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개인사무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최근 훈련을 둘러싼 각종 잡음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이승훈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찬찬히 적었다.
“응원하는 국민들도 메달이 가시권인 선수들에게 너무 ‘금메달, 금메달’하며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수에게는 큰 부담이 따를 겁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선수 본인의 에너지는 물론이고 국민의 응원 기운이 또 얼마나 크겠어요. 이런 기운을 받아 좋은 결과가 있을 터이니 부담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훈은 한국 빙상의 명실상부한 간판이다. 생애 첫 번째 올림픽이었던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에서 금메달, 50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후배들과 함께 팀 추월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 번째 올림픽인 평창에서는 매스스타트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매스스타트는 기록경기가 아니라 쇼트트랙처럼 순위를 가린다. 쇼트트랙 출신 이승훈에게는 맞춤형 종목이나 다름없다.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첫사랑’ ‘모래시계’ 등 국민적 인기를 모은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박 교수는 이승훈에 대해 “일단 너무 잘생겼어요. 배우 같은 느낌이랄까. 실력은 기본이고 모든 걸 다 갖췄구나 싶어요”라며 웃었다. 이승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 선수의 코너워크는 정말 비교할 바 없이 세계 최고입니다. 특히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후미에서 체력을 비축하다 후반에 압도적인 스퍼트로 치고나오는 건 이 선수의 전매특허죠. 볼 때마다 정말 짜릿합니다.”
박 교수에게는 안방에서 처음 맞는 올림픽이다. 30년 전 한국에서 처음 올림픽이 열렸을 때 박 교수는 정작 한국 땅에 없었기 때문이다. 헝가리와 러시아 등 당시 우리나라와 국교도 맺지 않은 나라를 포함해 55개국으로 한국 농악 공연 투어를 다녔단다. 그는 “당시 다들 ‘꼬레아 굿’이라고 하는데 그때 정말 ‘올림픽이 이렇게 국위를 선양하는구나’ 싶었어요. 안에서 보는 것과는 정말 다르더군요”라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앞서 적었던 응원 메시지를 다시 꺼내 ‘금메달’에 화살표를 쭉 빼 한마디를 더 추가했다. ‘아니어도 좋고! 무조건 파이팅을 기원합니다!’
이승훈은 박 교수의 응원에 “평창 올림픽에서도 지난 두 번의 올림픽 영광을 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응원 감사드리고 저도 TV로 박 교수님 뵐 때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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