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3루수 김민성과 3억5000만원에 2018년 연봉재계약을 했다. 김민성은 2018시즌 직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넥센은 김민성의 연봉을 2000만원 깎았다. 한화도 FA 자격을 1년 유예하고, 계약을 구단에 일임한 이용규의 연봉을 4억원으로 설정했다. 이용규는 2017시즌 9억원을 받은 선수였다. 두산은 포수 양의지와 6억원에 2018년 연봉 재계약을 했다. 전년 대비 1억2000만원을 올려줬다. 그러나 양의지가 2018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파격이라는 수식어는 어렵다.
FA 행사 직전 시즌부터 원 소속구단이 연봉을 대폭 올려주던 풍토가 이렇게 사라지는 추세다. 한 때 구단들은 ‘이 선수는 FA가 되어도 우리가 계약할 선수이니 타 팀은 넘보지 말라’는 의미에서 ‘프리미엄’을 주저하지 않았다. 설령 FA를 앞둔 선수가 이적을 선택해도 보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연봉은 FA 선수의 이적에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충성심을 끌어내는 도구로서 실패했다. 게다가 FA를 바라보는 구단의 관점 자체가 달라졌다. 특급 FA가 아닌 한 구단은 페이롤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잡아야할 필연성이 희미해졌다. 전반적으로 10개 구단의 방향성은 FA 영입이 아니라 육성에 꽂혀있다.
FA 시장에서 대박은커녕, 팀조차 못 구하는 선수들이 속속 출현하는 현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구단들이 FA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재점검하면서 ‘FA의 저주’가 생겨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반드시 잡아야할 S급 FA는 보상금이 얼마가 됐든 영입의 손길을 뻗친다. 시장이 FA 역사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냉정해진 것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허튼 데에는 돈을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야구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구단의 지출이 더 깐깐해지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이저리그도 흡사한 맥락에서 FA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마이애미 같은 구단은 대놓고 핵심선수를 팔아넘긴 뒤, 작정하고 꼴찌를 하려는 방향성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핵심 유망주를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선수 몸값이 비싸니까 당장은 패배를 방치해도 장기적으로는 차라리 이러는 편이 ‘싸게 먹힌다’는 셈법이다.
KBO리그는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거대 기업들이 운영한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이제 100억원을 웃도는 선수몸값을 감당하기 버겁다. 아무리 전력의 핵심이라도 놓을 땐 놓겠다는 생각이 ‘예비 FA 프리미엄 실종’에서 읽힌다. 이제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선수를 잡는다’ 같은 말은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