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땅콩 검객’ 펜싱 남현희(37)에게 올림픽은 늘 도전의 역사였다. 얼떨떨하게 나섰던 첫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여자 펜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을 목에 건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 그리고 출산 후 도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매 대회 새로운 벽을 넘어야 했다. 남현희는 “올림픽에 여러 번 나간다고 꼭 쉬워지는 것만은 아니더라. 팬들의 기대도 높아지는 데다 주변 환경, 개인 몸 상태도 끊임없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남현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29)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릴 수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던 곽윤기는 이번 평창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다.
밴쿠버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곽윤기는 이번에도 같은 종목에 출전한다. 곽윤기로선 책임이 막중하다. 한국이 2006년 토리노대회 이후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걸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 소치대회 직전 부상으로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던 한이 있는 곽윤기는 12년 만의 정상 정복을 선봉에서 이끌어야 한다.
남현희는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곽윤기를 응원하고 나섰다. 남현희는 “누구보다 윤기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윤기를 보면 행동도 빠릿빠릿하고 자신만의 생존법을 잘 익혀 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담을 부담으로 여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남현희는 “윤기가 나오는 경기 티켓도 열심히 구하고 있다. 상황이 된다면 꼭 응원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안방 올림픽이니 자신감을 가지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남현희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 안방 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채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경기장에서 ‘곽윤기 파이팅’이라는 응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경기 당일 날 컨디션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큰일을 낼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선배의 응원에 곽윤기도 화답했다. 곽윤기는 “예전부터 누나가 전 종목 선수 중에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답했다. 그는 “늘 ‘누나 반만 따라가야지’ 하면서 지금껏 버텨온 것 같아요. 맏형의 위치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후배들이 저를 더 잘 챙겨주고 있어요. 펜싱 경기의 공격처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으로 우승을 가져오겠습니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두 선수는 운동선수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오랜 기간 대표팀의 고참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펜싱 선수 남현희의 도전도 계속된다. 남현희는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넘어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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