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록은 허훈·양홍석에 밀리지만 팀공헌도·꾸준함은 경쟁자보다 앞서 “난 득점원 아냐, 수비 리바운드 집중”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5라운드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신인왕 경쟁구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부산 kt의 허훈(23·1순위)과 양홍석(21·2순위)이 앞서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허훈은 오른 발목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됐다. 양홍석은 기복이 있는 플레이로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전체 4순위로 서울 SK에 입단한 포워드 안영준(23)이 맹추격하고 있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 같은 상황 전개다.
안영준은 이번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평균 20분여를 뛰며 6.25점·3.5리바운드·0.5어시스트·0.9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기록은 신인왕 경쟁자 허훈(9.50점·1.9리바운드·3.8어시스트·1.2스틸)과 양홍석(6.57점·3.3리바운드·0.9 어시스트·0.5스틸)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
그러나 안영준은 수치로 표시되지 않는 팀 공헌도와 꾸준함에서 경쟁자들보다 한 발 더 앞서가고 있다. 안영준은 프로에 데뷔한 이후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데뷔 초기에는 출전시간이 들쑥날쑥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식스맨으로 시작했던 그는 1월 들어서 베스트5에 포함돼 코트에 들어서는 경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194.7cm로 신장이 좋은 안영준은 상대 가드와 포워드 등 다양한 포지션에 있는 선수의 수비를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스피드와 수비 능력을 갖췄다.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 뿐 아니라 득점 능력도 서서히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1월에 치른 9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3경기에서는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했다.
안영준은 “형들이 최근 자주 부상을 입어서 기회를 더 주시는 것 같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실수 안 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 그 덕분인지 출전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웃었다. 이어 “우리 팀은 내가 주득점원 아니다. 궂은일을 해야 하는 역할이다. 감독, 코치님도 그 부분을 주문하신다. 거기(수비·리바운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보다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고 밝힌 안영준은 평생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신인상을 받고 싶었는데 그 때는 (허)훈이 수상자가 됐다. 인생에 한 번 뿐인 상이라서 꼭 받아보고 싶다. 이번 한 번 쯤은 훈이를 이겨보고 싶기도 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SK에서 신인선수가 곧바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상위권에서 순위다툼을 하는 SK는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kt처럼 정책적으로 신인선수를 키울 수 있는 팀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안영준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팀 내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안영준은 “팀 합류 초반에 1분, 1초가 간절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해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인기록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감독, 코치님의 신뢰를 더 얻기 위해 꾸준히 열심히 하며 팀 기여도를 더 높여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내가 먼저 희생하면서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간절하게 노력하면 기회는 언젠가 열린다. 그 것이 스포츠가 모두에게 주는 교훈이고 우리가 스포츠를 더 사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