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결성된 단일팀 ‘코리아(영문명 COR·한반도를 뜻하는 불어 ’COREE’의 약자)’는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1-3 패)을 치렀다. 지난달 20일 스위스 로잔 담판으로 35인 체제가 구성된 지 정확히 보름만이고, 25일 북한 선수단이 한국을 찾은 지 열흘만이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은 이제 B조 예선 3경기를 대비한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다.
● 극과 극으로 갈린 현장 분위기
한 달 가까이 지속된 논란을 반영하듯 이날 평가전이 열린 인천선학링크는 그야말로 펄펄 끓는 ‘용광로’와 같았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단일팀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경기장 밖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다. 영하 10℃를 훌쩍 밑돈 한파와 칼바람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반도 전체의 이목이 단일팀에 쏠려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단일팀을 환영하는 진보단체들은 남북 화합의 상징과도 같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단일팀 결성이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진 모습이었다. 반면 단일팀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은 북한 인공기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초상화를 찢으며 시위를 벌였다. 단일팀 결성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내세워 단일팀 해체를 주장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양 측의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대규모 긴급인력을 배치했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경기장 바깥 풍경이 찬반으로 나뉘어 뜨거웠던 반면, 인천선학링크 내부는 단일팀 응원 분위기로 뒤덮였다. 일찌감치 전석인 2945석이 매진(개장 후 최초)된 가운데 대부분의 관중들은 한반도기와 응원막대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혹은 “코리아”라는 구호를 외쳤다. 0-2로 뒤지던 1피리어드 막판 박종아(22)가 단일팀 첫 골을 터뜨렸을 때는 힘찬 환호성이 나왔고, 경기 후에도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 베일 벗은 북한선수 활용법
한편 이날 평가전을 통해 그간 논란이 됐던 부분들도 베일을 벗었다. 우선 단일팀은 가슴 쪽에 한반도 문양과 ‘KOREA’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실전에 나섰다. 기존 한국 선수단 유니폼에는 ‘KOREA’ 글자만 새겨져있었다. 또한 예상대로 단일팀은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내걸었고, 국가 제창 때는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불렀다.
북한선수 활용법도 일부 공개됐다. 단일팀 새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은 이날 총 4명의 북한선수를 투입했다. 공격수 정수현(22)이 2라인에 포함됐고, 역시 공격수인 려송희(24)가 3라인에 들어갔다. 이어 4라인에는 공격수 김은향(26)과 수비수 황충금(23)이 나란히 포진했다. 이를 통해 향후 단일팀 경기에선 북한선수들이 같은 라인에 한꺼번에 나서지 않고, 분산 배치될 가능성이 높음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히는 조직력은 여전히 물음표를 남겼다. 단일팀은 세계랭킹 5위 스웨덴을 상대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한 채 1-3으로 졌다. 1피리어드에만 3점을 허용하며 주도권을 일찌감치 내준 장면이 아쉬웠다. 촉박한 시간 속에 조직력 향상이라는 숙제를 안은 단일팀은 곧바로 강릉선수촌에 들어가 10일 예정된 스위스(세계랭킹 6위)와 1차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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