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D-4]女아이스하키, 스웨덴과 첫 친선전
머리 감독 “北선수 우리 시스템 적응”
北정수현 “힘 합쳐 달리면 좋은 결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한 선수들이 우리 시스템과 전술에 맞춰 잘 연습했다. 북한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이전에는 이런 강국과의 대결에서 이길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이제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 역사상 첫 단일팀의 첫 경기를 지휘한 세라 머리 감독은 스웨덴과의 경기를 마친 뒤 웃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4일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세계 5위의 강호 스웨덴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객석에는 대형 한반도기가 걸렸고 남북 선수들은 빙판에 일렬로 도열해 국가 대신 ‘아리랑’을 불렀다. 선수들은 팀 구호인 ‘팀 코리아’를 외치고 빙판에 들어섰다.
1피리어드 한국 박종아의 추격 골이 터지자 벤치에 있던 단일팀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던 북한 선수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단일팀은 선전을 펼쳤지만 스웨덴에 1-3으로 패했다.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짧은 훈련 기간 등 우려했던 것보다는 경기력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단일팀(총 35명)은 북한 선수들(12명)이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도착하면서부터 합숙훈련을 했다. 그러나 한 팀으로 섞여 빙상훈련을 한 것은 지난달 28일부터로 8일에 불과하다.
당초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중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2, 3명 정도이며 1∼3라인에 들어올 만큼 좋은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북한 선수 4명을 엔트리에 배치했다. 부상으로 빠진 한국 공격수들을 대신해 정수현과 려송희(이상 레프트 윙)를 각각 2, 3라인에, 김은향(센터)과 황충금(수비수)을 4라인에 배치했다. 이 중 황충금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 미국 입양아 출신이었던 박윤정도 한국 국적을 회복해 이날 대회에 출전했다.
머리 감독은 정수현과 려송희를 같은 라인에 동시 투입해 빠른 스피드를 살린 반격을 노리는 등 공격수 실험에 주력했다. 4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에서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북한 팀 내 포인트 1위에 오른 정수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머리 감독은 “정수현은 터프하고 빠른 경기를 펼쳤다. 정수현이 앞으로도 열심히 한다면 2라인으로 계속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정수현은 “북남 선수들이 힘을 합쳐 달리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에만 3골을 내줬지만 이후 안정을 되찾으며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단일팀 결성 전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7월 스웨덴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0-3, 1-4로 모두 패했다. 박종아는 “지난해 스웨덴과 경기하면서 수비력 부족 문제를 인식했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다 보니 좀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지난 몇 년간 훈련했던 선수들과 같이 무대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선수들에게 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언어 문제가 힘들어 영어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의 목표가 메달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전 좌석이 매진됐다. 민중당 소속 청년들도 800명가량 참석했다. 경기 전에는 보수단체 회원 150여 명이 한반도기를 찢고 밟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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