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 드레스 리허설(모의 개회식)이 열린 3일 강원 평창의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개회식 개시 시간인 오후 8시. 온도계는 영하 1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초속 4m의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1도까지 떨어졌다.
추운 날씨도 개회식을 미리 경험하려는 참석자들의 열정까진 막을 수 없었다. 개최 도시 주민과 자원봉사자 및 출연진 가족 등으로 구성된 2만여 명의 관중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가장 우려했던 한파로 인한 안전사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각자 만반의 준비를 해왔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도 다양한 방한 대책을 세웠다.
이날 드레스 리허설에 참가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하 15도. 견딜 만했다.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오늘보다 덜 춥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바람이 드나드는 관람석 상단과 하단에 약 500m 길이의 방풍막을 설치했다. 이날도 행사장 밖에는 각국 국기들이 팽팽히 펼쳐질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중석 안은 잔잔한 편이었다. 하지만 견딜 만했을 뿐이지 춥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특히 발이 시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방한 부츠를 신고도 한 시간가량 지나자 상당한 고통이 느껴져 왔다. 무릎도 시렸다. 개회식 당일에는 발과 무릎 보온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40대 참가자는 “마치 극기 훈련을 한 것 같다. 발 핫팩과 무릎 담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은하 씨(20)는 “춥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 제대로 준비를 못 했다”며 빨갛게 언 손을 연신 호호 불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행사가 끝까지 전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직위는 이날 6종(판초 우의, 무릎 담요, 핫팩 방석, 손 핫팩, 발 핫팩, 방한모자)의 개인 방한용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직위는 정식 개회식 때 이 용품들을 지급할 계획이다.
셔틀버스 등을 이용한 수송은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KTX 진부역과 대관령 및 횡계 환승 주차장에서는 셔틀버스가 쉼 없이 관중들을 실어 날랐다. 행사장 진입로가 2차로라 때때로 막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원활한 흐름이었다. KTX 진부역에서 행사장까지는 20∼30분이 걸렸다. 행사가 끝난 후 관중들이 돌아갈 때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강희업 조직위 수송교통국장은 “오후 10시 10분 행사가 끝난 뒤 11시경에 셔틀버스가 마지막 관중들을 태웠다. 개회식 당일에는 선수단과 취재진 등 4만3000여 명이 모이는 만큼 600여 대의 셔틀버스를 동원해 최고의 수송 서비스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 검색에 따른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개회식 시작 1시간 정도를 앞두고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게이트마다 500m가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보안 검색대 수가 많지 않은 데다 검색까지 철저히 이뤄지면서 1시간 넘게 강추위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관중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개회식 시간이 다가오자 조직위는 모든 게이트의 보안 검색을 포기했다. 조직위는 검색을 하지 않고 모든 게이트를 열었고 한꺼번에 수천 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진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러나 보안 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시에 들여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안 검색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안 검색대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검색대 주변에 몸을 녹일 수 있는 보온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4세 딸, 아내와 함께 개회식을 관람한 한 조직위 직원은 “정식 개회식 때는 입장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일찌감치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실내에 마련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즐기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검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반입금지 물품을 미리 숙지한 뒤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드레스 리허설 때 발생한 미비점들을 정식 개회식 때까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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