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이스하키, 조직위에 특별 요청
20여년간 대표팀 헌신 짐 조핸슨, 1월 별세해 대회 앞두고 큰 슬픔
한국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도 타계 로이드 코치와 함께 달리기로
“선수단 라커룸에 라커 하나를 추가로 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는 미국 하키대표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라커룸 구조나 라커 배치에 관한 각국 담당자의 문의는 더러 있었지만 추가 요청은 드문 일이라 관계자도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흔쾌히 ‘OK’ 답변을 줬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달 21일 미국 아이스하키계는 큰 별 하나를 잃었다. 대표팀 단장으로 20여 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고 평창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던 짐 조핸슨 단장이 향년 53세로 별세한 것.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슬픔에 빠졌다. 한국대표팀 백지선 감독도 최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하키 가족인 짐 조핸슨이 운명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조핸슨 단장은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올림픽 메달권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그가 단장을 맡은 동안 미국 대표팀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크고 작은 메달만 60여 개를 획득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해 미국 대표팀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조핸슨 단장은 NHL 경험이 있는 노장들, 대학팀, 유럽리그 선수들로 25명의 선수명단을 직접 짰다. 우승후보 1순위 러시아에 전력이 크게 뒤진다는 평가에도 미국을 쉽게 무시할 수 없던 이유였다.
조핸슨 단장은 대표팀이 방문 대회를 나갈 때 화장실 휴지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선수들을 챙겼다. 그가 세상을 뜨기 전 올림픽 관계자에게 세심하게 문의해 오던 것도 선수 라커룸 구조와 라커 배치에 관한 것이다. 그의 세심함에 담당자들은 그림을 그려서 구조를 설명해 줬을 정도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조핸슨 단장은 유쾌한 큰형님이었다.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조핸슨 라커’를 만들어 그와 경기마다 함께하기로 했다. 라커는 그를 애도하는 물품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후임 단장 자리도 공석이다. 미국의 목표는 1980년 자국에서 열린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 때의 기적을 재현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NHL 선수들이 없었던 미국은 당시 세계 최강 소련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서영우 조도 평창 올림픽에 고인이 된 맬컴 로이드 주행코치와 함께 달리기로 결정했다. 선수들은 헬멧과 썰매에 이니셜 ‘G’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뛴다. G는 ‘Gomer’의 약자로 로이드 코치의 별명이다.
2013년 한국대표팀에 영입된 로이드 코치는 봅슬레이팀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주먹구구식 훈련 방식을 뜯어고치고 전 세계에 존재하는 공인트랙 15개의 코스 공략법, 장비관리법 등을 꼼꼼히 지도했다.
선수들의 기량도 만개했다. 2015∼2016시즌 중 별세한 로이드 코치는 선수들에게 유언으로 “올 시즌 남은 메달을 모두 가져와달라”고 전했다고 한다. 당시 원윤종-서영우 조는 헬멧에 ‘Gomer’, 썰매에 로이드 코치의 사진과 함께 영문으로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달렸다. 그리고 그의 유언처럼 시즌 5차 대회서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열린 평창 올림픽 테스트이벤트 당시 평창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던 로이드 코치의 부인은 직접 평창을 찾아 한국대표팀을 응원할 예정이다. ‘신(神)과 함께’ 올림픽을 치를 이들이 고인들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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