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들에게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그 어느 대회보다 더 긴장감이 넘치고 설레는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4년을 준비하면서 어느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모두 즐기는 축제라고 하지만 메달획득 성공과 실패에 따라서 울고 웃는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올림픽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종목에서 경기력은 평준화돼 있다. 1%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뒤바뀌는 올림픽에서 영상정보는 그 답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스포츠영상분석은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나는 특정 상황을 영상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 되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으로 단순히 경기를 촬영하고 돌려보는 것이 아닌 특정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산출하고 분석 및 피드백을 제공한다.
특히 동계종목은 설질, 빙질 등 환경적인 변수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한국의 메달 획득이 유력한 썰매종목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루지 종목은 0.01초의 차이로 순위가 바뀌는 종목으로 스타트의 기록이 최종 기록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 기록이 전체 기록의 절반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그리고 루지의 스타트는 다른 종목의 그것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외부 신호에 의한 스타트가 아닌 스타트 기록 센서에 의한 자율 스타트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반응속도보다는 폭발적인 파워와 스피드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스타트 기록도 시작과 동시에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15m까지는 기록이 측정되지 않는다. 15m를 지난 직후부터 50m까지 35m의 거리가 스타트 구간이다. 봅슬레이는 시속 150km의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는 경기로 2인승, 4인승 모두 특정 지점에서 탑승이 시작되는데 위치와 탑승 시간에 따라 스타트 기록에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영상분석센터에서는 파일럿과 브레이크맨 탑승 위치, 스타트 속도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12개의 다양한 조합 중 가장 적합한 선수조합, 탑승 위치와 간격을 분석해 제공했다. 이를 통해 2인승, 4인승에서 가장 기록단축에 유리한 선수를 구성하고 탑승지점과 선수 간 간격을 반복 훈련을 통해 이상적인 타이밍을 찾아내 약 0.3초의 기록단축 효과를 이끌어냈다.
루지는 3D동작분석을 통해 스타트 전조 동작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여러 대의 초고속카메라에서 측정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스타트에서의 정확한 힘 전달과 빠른 속도로 튀어나갈 수 있는 동작을 집중 분석했다. 스타트대를 밀치고 나가면 움츠렸던 몸을 세워 작용과 반작용 법칙에 의한 힘을 극대화해 페달링을 시작하는데 이때, 상체가 높은 자세에서는 아무리 팔을 세게 뒤로 밀어도 밀어내는 힘의 일부가 연직 방향으로 향하면서 효율성이 낮아진다. 또한 썰매의 진행 방향과 손목의 페달링 방향이 일치해야지만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축구나 필드하키의 경우 GPS를 활용한 훈련으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뛴 거리만 측정하는 작업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이제는 ‘어느 시점’에, ‘어느 구간’을, ‘얼마나’, ‘어떻게’ 뛰었는지 파고든다. 축구공 하나를 두고 다투는 스포츠에 과학 기술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접목한 결과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대부분 선진축구클럽에서 과학적 훈련법으로 도입, 운영되고 있다. 눈대중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 다 옛날 얘기다. 하지만 GPS는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실내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는 평창동계올림픽 동계종목의 효율적 지원을 위해 실내에서 활용이 가능한 운동추적시스템(LPM:Local Positioning Measurement)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운동추적 시스템은 훈련 중인 선수에게 센서를 장착한 조끼를 착용해 운동량, 순간속도, 심박 수, 이동 방향 및 거리 등에 대한 운동학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그 결과를 감독과 코치가 소지하고 있는 태블릿 PC로 실시간 전송해 훈련과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 대표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훈련 프로그램 및 분석 기술을 구축하고 있으며 세계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운동추적시스템을 통해 그동안 쌓은 영상 데이터 활용 기술을 토대로 기존의 수기 입력 데이터를 자동화하고 빅데이터를 만드는 기술개발에 나섰다.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류하고 영상자료와 결합해 선수의 이동 경로 및 속도에 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해 훈련 강도 및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도왔다. 특히 기계적으로 나올 수 있는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좌표 오차율을 3CM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세밀한 분석이 이루어진다. 운동추적시스템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훈련량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기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