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21·한국체대)는 ‘쇼트트랙 여제’로 통했다. 그러나 당시 대표팀의 막내였던 그가 짊어진 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여자 1500m에서 저우양(중국)에게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을 따낸 뒤 서럽게 울던 모습은 심석희가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의 영웅으로 등극하며 대회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그 부담감은 더 오래갔을지 모른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의미가 남다르다. 고향인 강릉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뛸 수 있는데다 주장 완장까지 찼다. 선배 김아랑(22·한국체대)을 보좌하며 최민정(20·연세대)와 김예진(19·평촌고), 이유빈(17·서현고) 등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6일 강릉영동대 아이스링크와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한 공식훈련 때도 진지한 자세를 유지했다. 첫 올림픽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 또한 심석희의 몫이다. 조해리(SBS 해설위원) 등 선배를 따라다니던 막내는 한층 더 거칠어진 중국의 ‘나쁜 손’에 대처하는 전략을 연구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것이다.
중국쇼트트랙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반칙행위도 불사한다. 플레이가 거칠다. 심석희도 두 차례나 당한 경험이 있다. 2015~201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대회(상하이) 1000m에서 취춘위의 고의적인 밀치기에 넘어졌고, 2017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500m에선 판커신이 다리를 잡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격당하는 아픔을 맛봤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선 철저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심석희는 “(중국 선수들을) 가장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과도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