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철도공사 열차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코레일톡+’로 검색한 강릉행 열차의 좌석 현황. 15일 오전 6시에 출발하는 첫차부터 일반석과 특실 모두 매진이다.
핀란드인 얀네 씨(40) 일행 10명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관전을 위해 11일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1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핀란드와 라이벌 스웨덴의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꼭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하나 있다. 18일 경기 후 서울로 돌아올 고속철도(KTX) 표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핀란드-스웨덴전은 이날 오후 9시 10분에 시작해 11시 반경 끝난다. 이들의 귀국 항공기 편은 19일 오전이다. 경기가 끝난 뒤 서둘러 이동해야 하지만 필요한 시간대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KTX는 모든 기차가 매진이다. 설 연휴까지 겹쳐 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단체로 택시를 이용해 강릉에서 서울까지 오라”는 조언을 들은 이들은 한국행 취소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강릉에서 서울까지 택시비는 대략 30만 원이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과 재일본대한체육회 등 재일교포들은 9일 오후 8시 열리는 개회식에 당초 약 1000명이 참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TX 티켓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그 규모가 500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개회식을 본 뒤 당일 오후 11시 전후 서울로 떠나는 열차를 타야 하는데 KTX 표 구입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이 예약 문화가 정착된 덕분에 한 달 전에 미리 표를 사둔 동포들 위주로 개회식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직관’(직접 관람)하려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편은 KTX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릉 정동진역까지 무궁화 열차도 있지만 KTX보다 두 배 이상인 5시간 30분이 걸리는 데다 하루 6편밖에 없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명절이 시작되는 15일부터 이미 예매가 몰려 일부 시간대에는 벌써 표가 없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KTX보다 느리고 영어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이용하기에 더 어렵다고 느낀다.
코레일은 올림픽을 맞아 2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평창, 강릉, 정선 등을 여행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평창 코레일 패스’를 판매했다. 성인 기준 5일권은 16만8000원, 7일권은 19만5000원이다. 평창 코레일 패스는 지금까지 5000여 장이 팔렸다.
하지만 패스를 구매하고도 좌석을 구하지 못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6일 오후 4시 현재 외국인들이 올린 900건 가까운 글 대부분이 “표 구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강릉에 발이 묶인 사람’이란 아이디를 쓴 한 외국인은 “증편을 해 달라. 우리는 비싼 패스를 샀지만 정작 티켓을 구할 수 없다”고 썼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한국에 서비스라는 게 있긴 한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코레일은 “증편이 된다면 e메일로 공지하겠다”, “좌석 상태를 확인하다가 취소 표가 발생하면 예약하라” 등의 답변을 올렸다가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에서 예약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24시간 응답 서비스가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2월 한 달 동안 서울∼강릉 KTX 하루 운행 편수를 평소 18∼26대에서 51대로 늘렸다. 열차별 좌석 수의 10%에 해당하는 입석 티켓을 역 창구를 통해 별도 판매하고 있다. 하루 승객 총 2만3000명 이상을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경기 종료 시간대에 맞춘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피크타임 열차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대회 기간 17일 동안 이 노선의 예매율은 5일 현재 약 60%다. 설 연휴 기간인 14∼18일 닷새 동안 예매율은 81%에 달한다.
정부는 대회 기간 KTX 임시열차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부선 호남선 등 다른 노선의 예비 열차를 서울∼강릉 노선에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인 코레일 패스 소지자에게 좌석이 우선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 연휴에는 모든 노선의 열차가 최대치로 편성돼 임시 투입도 어렵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열차 증편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못지않게 예약 문제를 손쉽게 설명해줄 수 있도록 KTX 예약 관련 안내 서비스를 확대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