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이하 협회)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20도쿄올림픽을 책임질 남녀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을 뽑았다. 협회는 7일 감독 선발에 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감독을 발표했다. 원래 8일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대한배구협회 오한남 회장은 “보안이 어렵다고 판단해 7일 밤 알렸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은 김호철 감독이 사실상 재신임됐다. 김 감독은 직전 대표팀을 맡았다. 대표팀에 선수 차출이 잘 안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2017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5승4패, 6위)와 아시아남자배구대회(3위)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여자대표팀은 차해원 전 GS칼텍스 수석코치가 선임됐다. 두 대표팀 전임감독의 임기는 아시안게임을 단위로 4년이 보장된다. 단 2단계에 걸쳐 중간평가를 받는다. 1단계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남자)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여자)다. 이어 2020도쿄올림픽에서 두번째 검증을 받는다. 이를 통과해야 2022년 아시안게임까지의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이 탓에 배구계에서 ‘협회가 전임감독의 의미를 잘못 읽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온다. 극단적으로 아시안게임에서 실패하면 불과 6개월 만에 전임감독직에서 낙마할 수 있다. 한 배구인은 “성적이 나지 않으면 감독을 교체하면 된다. 굳이 이렇게 임기에 관한 단서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임감독의 책무는 단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부일 수 없다. 중장기적 대표팀의 자원을 육성하는 방향성이 절실하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라도 임기 보장이 안 된 현실에서 길게 보는 안목을 지켜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런 여건에서 김 감독과 차 감독은 ‘투 트랙’으로 대표팀을 이원화시켜 운영할 것이 유력하다. 가령 남자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최정예 A대표를 투입하고, 월드리그에는 미래 자원이 경험을 쌓는 방식이다. 여자대표팀 역시 ‘포스트 김연경(중국 상하이) 시대’를 대비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