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닌 방향’ 추구하는 김호철 감독의 대표팀 철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9일 05시 30분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를 두고 ‘갈라파고스처럼 됐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V리그에 치중한 나머지, 세계배구 트렌드에 둔감했다는 자성이다.

대한배구협회(이하 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도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있다. 대표팀 전임감독 임명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발이다. 김연경(중국 상하이)이 건재한 여자대표팀에 비해 남자대표팀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열악하다. 협회가 ‘코드인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김호철(63) 감독을 남자대표팀 구원투수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절박함을 느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 감독은 세계배구의 빅리그라 할 이탈리아 배구에 관해 독보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한국배구가 얼마나 뒤쳐졌으며, 어디로 가야할지에 관한 좌표는 가지고 있을 터였다. 8일 김 감독은 “테크닉보다 파워와 스피드로 옮겨가고 있다. 서브의 강도도 올라간다. 개인이 팀에 맞추는 조직배구가 아닌 개인의 능력치가 조합돼 팀을 이루는 배구다. 한국 등 아시아배구에 더 불리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체력과 체격이 떨어지는 한국선수들이 따라가 봤자 연전연패다. 김 감독은 “디테일로 대응하는 한국적 배구를 생각한다. 선수 발굴부터 몸을 만드는 트레이닝까지 바꿔야 한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표팀은 소집 기간의 한계가 있다. V리그에서 이미 지친 선수들에게 따로 훈련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김 감독은 대표팀의 특수성에서 절충안을 찾는다. “대표팀 선수는 각 팀 에이스들이다. 배구가 반복으로 익히는 것이긴 해도, 지옥훈련은 피로감만 줄 수 있다. 에이스의 레벨에 맞는 훈련을 하고,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서 팀에 조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멤버 전원의 실력을 균등화시켜 변화무쌍한 패턴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선수들 스스로 문제점을 느껴 개선하는 팀 문화를 꿈꾼다.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배구인생의 마지막 봉사다. 한국배구가 어려운 지금, 선수를 키워 주춧돌을 놓겠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수의 대표팀 귀화에 관해서도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탈리아에도 3~4명의 귀화선수가 뛴다. 높이와 파워를 가진 귀화선수가 있다면 대표팀과 V리그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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