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이순신 장군님, 평창엔 못오십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IOC, 정치-종교-인종차별 표현 금지… 이순신 동상 그려진 맷 달튼 헬멧, 이스라엘 선수 삼손 헬멧 사용금지
新나치 논란 노르웨이 단복은 허용… “명확한 기준 없이 일방 통보” 지적

한국 아이스하키 남자 국가대표팀 맷 달튼의 이순신 헬멧.
한국 아이스하키 남자 국가대표팀 맷 달튼의 이순신 헬멧.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인종 차별적인 선전도 금지한다.’

올림픽 헌장 5장 51조 3항에 명시된 조항에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초대 불가 손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 공동 입장 때 사용할 한반도기 속 독도는 한일 간 영토 분쟁 문제로 빼기로 했다. 그런데 충무공 이순신, 성경 속 역사(力士) 삼손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됐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명확한 기준이나 설명 없이 일방 통보를 내려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의 골리 맷 달튼(32)도 규제의 희생자가 됐다. 달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사용할 골리 장비를 새로 단장했다. 곳곳에 태극 문양을 넣고 헬멧 옆면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모습이 인쇄돼 있다. 푸른 눈의 한국인인 그가 한국 역사 속 영웅을 닮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3일 인천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평가전에서 그의 ‘이순신 헬멧’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순신 헬멧’을 볼 수 없다. IOC가 ‘정치적’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이순신 그림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달튼은 “IOC의 결정이 실망스럽지만 고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아담 에델만의 삼손 헬멧.
이스라엘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아담 에델만의 삼손 헬멧.
이스라엘 사상 첫 스켈레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아담 에델만(27)도 트레이드마크인 ‘삼손 헬멧’을 쓸 수 없게 됐다. 종교적 이유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은 운동을 안 한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일념으로 스켈레톤 선수가 된 에델만은 ‘극복’의 의미로 기둥을 쓰러뜨리는 삼손이 그려진 헬멧을 사용했다. 운동선수로서 괴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하지만 평창에 온 뒤 사용 불가 통보를 받아 낙심해야 했다.

IOC의 금지 여부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피겨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하는 민유라(23), 겜린 알렉산더(25)도 배경음악 속 독도 가사 사용 여부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문의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노르웨이 알파인스키 국가대표팀의 바이킹 콘셉트 단복.
노르웨이 알파인스키 국가대표팀의 바이킹 콘셉트 단복.
반면 노르웨이 스키단복 속 문양을 두고 ‘신(新)나치’ 논란이 일지만 IOC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키대표팀은 싸움의 신 티르를 상징하는 고대 북유럽 문자를 단복 문양 중 일부로 사용했다. 이는 노르웨이 극우집단인 ‘노르웨이 저항운동’이 사용하는 문양과 같다. 논란이 되자 노르웨이스키협회는 단복을 입는 것은 자유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알파인에 출전하는 요나탄 노르보텐(29)은 “우리 팀에서 해당 문양이 있는 스웨터를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국제올림픽위원회#골리 맷 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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