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다, 하나된 평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평창 올림픽 개막… 지구촌 70억 가슴 뛰게 할 17일간의 겨울 이야기


성화 릴레이의 끝은 차가운 얼음이었다. 그 위에서 여왕은 춤을 췄다. 그 손끝에서 어둠은 빛이 되었다.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김연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성화대 근처는 조명이 없어 어두웠다. 실루엣만 살짝 보였을 뿐인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를 알아보았다. 이윽고 ‘김연아’ 이름을 불렀다. 이날 최고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연아는 하얀 천사였다. 코트, 드레스, 머리띠, 장갑, 스케이트화 등 김연아가 입은 모든 것이 흰색이었다. 전 세계 70억 명 앞에서 여왕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부드럽고 빛나는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빙판 위에 설치된 얼음꽃 모양의 점화 지점에 불을 붙였다. 30개의 링으로 덮인 기둥을 타고 불꽃이 솟아올랐다. 곧 달항아리 안에서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가 타올랐다. 30개의 링은 30년 전에 열린 1988 서울 올림픽의 성화가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이어져 다시 타오른다는 의미다.

개회식 전부터 가장 유력한 성화 점화자로 꼽혔던 김연아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

김연아에 앞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이 앞선 주자들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을 때까지만 해도 남북 공동 점화가 이어지는 듯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박종아와 정수현은 ‘빛의 계단’을 뛰어 올라가 성화대 앞에 섰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 기다리고 있던 김연아에게 성화를 건넸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과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 겨울 스포츠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채화된 성화를 한국으로 가져와 비행기에서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의 시작과 끝은 김연아였다. 평창 올림픽을 지켜줄 성스러운 불꽃이 타올랐다.

평창=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재형 기자
#평창올림픽#김연아#개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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