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연기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이 9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팀이벤트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차준환은 이날 뮤지컬 돈키호테의 ‘집시 댄스’ 선율에 맞춰 연기해 이번 시즌 최고인 77.70점을 기록했다.
강릉=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선 ‘초코파이 소년’은 안정적인 연기로 시즌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활짝 웃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희망 차준환(17·휘문고)은 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 경기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77.7점(쇼트프로그램)을 획득해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말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82.34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순위는 10명 가운데 6위. 차준환은 “아직 완벽하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아쉽다. 스피드도 떨어지고 점프도 부족했다”면서 “살짝 긴장은 됐지만 안방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16일 시작되는 남자 싱글을 기약했다. 차준환은 “개인전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57·캐나다)는 차준환의 연기를 본 뒤 “만족스럽다. 물론 차준환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적도 있긴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막 독감에서 회복된 상태고 시니어 데뷔 후 국제 대회를 작은 대회 1번밖에 경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차준환의 올림픽 출전은 극적이었다. 1, 2차 대표 선발전까지 평창 올림픽 출전 후보는 이준형(22·단국대)이었다. 차준환은 부상 부진 속에 2차 선발전까지 대표 선발전 합계 총점에서 이준형에게 무려 27.54점을 뒤지고 있었다. 통상 몇 점 차로 순위가 갈리는 피겨계에서 이 점수는 사실상 뒤집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1월 열린 3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차분하게 연기해 우승하며 1∼3차 선발전 합계 총 684.23점으로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준형(682.10점)을 단 2.13점 차로 제칠 정도로 극적이었다.
어릴 적 초코파이 광고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차준환은 뛰어난 감성 표현 능력에 남성적이고 힘 있는 연기가 결합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28)와 일본의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24)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오서 코치가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다. 차준환은 나이를 감안하면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팀 이벤트는 국가별로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등 4종목에서 한 팀씩 나와 연기를 펼친 뒤 합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팀 이벤트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이날 차준환이 5점, 페어스케이팅 김규은(19)-감강찬(23) 조가 1점(10위)을 획득해 팀 포인트 6점으로 10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1일 최다빈(18·여자 싱글)과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아이스댄스)가 팀 이벤트에 출전한다. 팀 이벤트는 4종목 쇼트프로그램 성적 합산 상위 5개 팀만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해 메달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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