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골리 신소정(28)이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 그의 포지션은 필드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그는 골대를 든든히 지키는 골리에 더 관심이 갔다. 신소정은 “골리의 무장이 변신 로봇 같아 멋있었다”고 말했다. 1년 뒤 골리로 전향한 이유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단일팀의 핵심은 신소정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스피드가 빨라진 현대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의 비중이 60% 이상 될 것”이라고 했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는 아픔 속에서도 16년째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신소정. 그를 골리의 세계로 이끈 매개체인 장비에 대해 알아봤다.
신소정이 사용하는 장비 중 가장 애착을 가진 것은 마스크다. 신소정은 “포지션 특성상 골리의 온몸으로 퍽이 날아오기 때문에 머리부터 목까지 전체를 보호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골리는 마스크에 자신만의 페인팅을 할 수 있다. 그의 마스크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가운데에 그려졌고, 오른쪽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 왼쪽에는 남산서울타워와 한옥이 담겨 있다. 신소정은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국적인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스크 뒤쪽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키우던 강아지를 새겼다. 그는 “둘이 내 뒤에서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든든하다”며 웃었다.
골리가 퍽을 잡아내는 장갑은 양쪽 모양이 다르다. 오른손에 착용하는 것은 ‘블로커’, 왼손에 착용하는 것은 ‘글러브’다. 블로커는 퍽을 쳐내는 역할을 하며 글러브는 퍽을 잡아낸다. 신소정은 “신체 중심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퍽이 날아오면 글러브로 막고, 오른쪽이면 블로커로 막는다”고 했다.
골리의 아이스하키 스틱은 중간 부위인 패들이 플레이어의 스틱보다 넓다. 패들로 퍽을 막기 때문. 신소정은 “스틱의 용도를 퍽을 전달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틱의 용도는 발밑으로 날아오는 퍽을 막는 것이다”고 말했다.
퍽이 날아올 때의 속도는 최대 시속 180km에 이른다. 퍽을 잘 포착하기 위해 신소정은 라켓볼 공을 벽에 던지면서 잡는 훈련을 매일 5∼10분 정도 한다. 그는 “특히 경기 전에는 눈 워밍업을 철저히 한다. 그래야 경기에 들어가자마자 슛을 막을 수 있다”면서 “볼펜으로도 트레이닝을 한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볼펜을 보면서 눈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신소정이 모든 장비를 착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15분. 신소정은 “장비를 착용할 때는 나만의 순서가 있다. 왼쪽 장비를 장착한 뒤에 오른쪽 장비를 착용한다. 이 순서대로 해야 마음 편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일팀은 12일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웨덴에 0-8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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